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32차(미시령-상봉-진부령)

덕유평전 2008. 8. 27. 20:05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32차 (미시령~진부령)

1.위치: 강원도 고성군, 인제군.

1.대간상 주요산: 상봉(1,244미터), 신선봉(1,204미터), 마산(1,052미터)

1.산행일시: 2008.  8. 25. (월)

1.날씨: 구름많음

1.산행코스: 미시령-상봉-화암재-신선봉-대간령-병풍바위-마산-진부령

1.산행시간: 9시간 15분(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1.이동거리: 15.6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734.65킬로미터)


종주전날

지난번 설악산 구간을 탈진한 상태에서 알바까지 하는 등 너무 힘들게 진행하였음에도 며칠 지나자 마음은 어느새 대간에 달려가 있으니 대간병에 깊히 병들어 있나보다. 마지막 대간산행을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과 함께 아껴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궂은 날씨가 계속되는 하늘을 핑계삼아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제 햇수로 3년의 기나긴 대장정의 쉼표를 찍으러 떠나는 날이다. 북녘의 대간길을 남겨둔 채 진부령에서 멈추어야 하니 마침표가 아닌 쉼표이다. 시외버스를 이용하여(영동에서 12:30, 대전에서 14:25, 강릉에서 18:18 출발) 속초에 도착하였다. 휴일이라 중부고속도로에서 많은 차량으로 30분정도 지체되었다. 차창너머로, 해수욕장과 파도치는 동해 바다, 낙산사도립공원, 38선휴게소, 대포항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선지해장국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지난번에 묵었던 해수피아 찜질방에 여장을 풀었다. 내일 새벽 4시에 택시예약을 하고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을 시청하다가 취침하였다.


종주당일

1. 갈 수 없는 북녘의 대간줄기를 하염없이 바라 보면서.....

일찍 기상하여(03:00) 예약한 속초택시로 미시령에 도착하였다(차비18,000원)  어둠컴컴한 미시령고개는 적막감이 들 정도로 고요하기만 하다. 대간종주자들에게 미시령에 대한 인상은 어떻게 각인되었을까? 이 구간에 대한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어보면 사연이 많기도 많다. 국공파의 철저한 단속의 그믈망을 피하여 �고 �기고 용케 피해가는가 하면 재수없이 걸려 들어 50만냥의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하는 등 한마디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곳이다. 국토사랑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어, 통제가 만사형통인 양 막고보자는 공단측과, 한반도의 등줄기를 마루금을 따라 온전하게 걸어가야만 하는 대간종주객 사이는 견원지간이요, 물과 기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악법도 법인가?’에 대하여 깊히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렌턴불을 밝히고 휀스와 휀스 사이 비좁은 틈새로 간신히 올라서면서 산행을 시작한다(04:15). 마지막 구간까지 범법자처럼 개구멍을 지나가야 한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금단구간답지 않게 많은 산님들이 다녀 갔는지 등로는 매우 뚜렷하다. 키작은 관목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옅은 운무사이로 은은하게 비치는 그믐달이 길동무를 해 주고 있다. 오른편으로 속초시의 야경이 황홀하게 펼쳐진다. 야경을 디카에 담으려고 삼각대 설치를 하였으나 너무 어두워서 고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찍어서 많이 흔들렸다. 오르막길로 꾸준히 올라서자 등로에 물이 졸졸 흘러 내려 오더니 상봉 샘터에 이른다(05:15). 얼음같이 차가운 물이 파이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식수를 보충하고 렌턴을 소등하였다. 조금 더 올라가자 전망바위가 나온다(05:35).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니 멀리 대청봉과 중청봉이 보이고 황철봉과 함께 울산바위 그리고 미시령 고갯길이 가깝게 조망된다. 지난번에 알바하였던 곳을 바라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용대리 계곡쪽은 하얀 구름바다에 잠들어 있다. 짤막한 너덜지대와 헬기장을 지나 올라서자 상봉 정상에 이른다(06:05). 상봉에는 돌탑과 함께 정상표지석이 있다. 해는 구름속에 떠 있고 동해바다와 함께 속초시가지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가야할 신선봉과 함께 병풍바위와 마산봉이 조망되고 그 너머로 향로봉이 보인다. 대간령은 하얀 운무속에 잠들어 있다. 상봉에서 화암재 구간은 로프가 매달린 급경사 암릉길이 있고 돌길이라서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대간길은 날카로운 암릉 좌측으로 우회한다. 화암재를 지나자 부드러운 흙길 오름길로 이어진다. 신선봉 갈림길을 지나 우측의 신선봉으로 올라간다(병풍바위와 함께 마산봉도 갈림길에서 올랐다가 되내려와야 한다. 이정표가 없으므로 미리 예습하지 않으면 알바하기 쉽다.). 신선봉자락은 너덜지대로 되어 있어 돌 사이로 조심스럽게 올라가자 정상에 이른다(07:22). 정상에는 조그만 돌탑이 있고 선답자들의 표지가가 수북이 매달려 있다. 사방 조망이 뛰어나다. 옅은 구름사이로 햇빛이 반사되어 동해바다가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대청봉 황철봉 울산바위의 설악준령이 지나온 상봉과 함께 동해쪽으로 급사면을 이루면서 수려한 모습으로 조망된다. 가야할 마산봉 너머로 향로봉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금강산이 보이지 않는다. 금강산 신선봉이라고 했는데... 다시 백하여 신선봉 갈림길을 지나 하산한다. 한참 내려서자 키작은 관목숲길로 이어지면서 산자락이 대간령을 향하여 부드럽게 몸을 낮추고 있다. 탄력이 붙어 빠른 걸음으로 가볍게 걸어간다. 울창한 송림지대를 지나 고도를 낮추자 병풍바위봉과 마산봉 자락이 고봉준령으로 보인다. 출입금지표지판을 지나 대간령(큰새이령)에 이른다(08:50). 미시령에서 대간령까지 출입금지구간을 무사히 지나왔다(그동안 대간하면서 국공파를 한번도 만나지 않아 다행이다). 이제 더 이상의 통제구간이 없다. 대간령에서 마장터에 살고 있는 약초꾼 노인을 만났다. 누룽지로 아침식사를 맛있게 하고 대간령에서 출발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바람마저 불지 않아 땀을 많이 흘렸다. 힘겹게 첫 번쩨 암봉을 지나 오르자 너덜로 되어 있는 두 번쩨 암봉에 이른다. 다시 고도를 낮추자 숲이 울창한 펑퍼짐한 고원에 자리한 부드러운 흙길로 이어진다. 그래! 대간길은 바로 이런 것이야. 다시 고도를 서서히 높혀 꾸준히 올라서자 병풍바위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여 병풍바위봉에 올라선다(10:42). 마산봉과 진부령자락은 운무가 가득하여 보이지 않는다. 병풍모양의 바위가 이채롭다. 날파리가 가득하여 얼른 되내려온다. 편안한 대간길을 따라 걸어간다. 다시 고도를 높이자 마산봉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으로 조금 올라가니 대간길의 마지막 봉우리인 마산봉에 이른다(11:14). 운무가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가야 할 북녘의 대간줄기를 봐야 하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산봉 갈림길을 지나 한참 내려온다. 숲길을 따라 한참 내려오자 알프스스키장 절개지에 이른다. 흘리에 있는 유럽풍의 리조트 건물이 시계탑과 함께 이국적인 모습으로 내려다 보인다. 그물망 옆으로 난 길은 가시덩쿨의 잡목숲길이다. 리프트 아래로  난 길을 따라 내려 오다가 숲길로 접어 들었다가 콘도광장으로 나온다. 많은 인부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다. 리조트와 군부대로 인하여 마루금이 훼손이 심하여 대간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아서 원폴님이 편집한 진부령 세밀도를 보면서 이동하였다. 덕분에 한번도 알바하지 않았다. 도로를 따라 가다가 우측편 임도로 진입하여 걸어가다가 물웅덩이를 지나 군부대 앞길을 통과한다. 지나온 마산봉 자락은 구름속에 잠겨 있다. 폐초소 옆으로 난 숲길로 올라 갔다가 내려서자 창고건물이 나오고 우측으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다소 지루하게 걸어간다. 양 옆으로 비닐하우스가 많이 보인다. 다행이 구름낀 날씨라서 무덥지 않았다. 스레트집을 지나 좌회전하여 임도를 따라 걸어가자 농장에 있는 개들이 이방인을 보자 컹컹 짖어댄다. 숲길을 지나 내려오면서 바라보니 향로봉 자락은 짙은 운무속에 잠들어 있다. 포장도로를 2번 횡단하여 곰상 옆으로 내려서니 종착역인 진부령이다(13:30). 아! 진부령 고개.... 기나긴 대간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출발하여 2년에 걸쳐 힘겹게 대간완주하였다는 성취감과 함께 북녘으로 향하는 대간줄기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에도 더 이상 갈 수없다는 서글픈 현실이 가슴아프게 한다. 진부령 고갯마루에는 향로봉부대가 있다. 이제 더 이상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다. 오늘 산행은 진부령을 앞두고 마루금이 훼손되어 미로같은 길을 걷느라 다소 짜증이 났지만 지난번 설악산에 비하여 구간이 짧고 등로가 양호하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진부령 표지석 앞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나홀로 기념촬영을 하였다. 진부령에는 간성에서 인제로 넘어가는 46번 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고갯마루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고갯마루에 서 있다보니 2차완주를 마쳤다는 나홀로 대간꾼 한명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 하였으나 차가 올 무렵이라 찍어 주지 못하였다. 향로봉부대에 근무하는 장교왈 오는 9월 하순부터 향로봉까지 자유롭게 등반이 허용될 것이라고 한다. 나의 대간스승이신 대충산사 박달령 고문님과 직장동료 그리고 처에게 대간완주 소식을 전화해 주었다. 파란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가는 여름이 아쉬운듯 매미가 울어대고 있다. 시외버스로(진부령에서 14:30, 홍천에서 16:30, 원주에서 18:00 출발) 대전에 도착하였다. 옛날과 다르게 한계령갈림길부터 원주까지 왕복 4차선의 도로로 뻥 뚫려 있다. 대전에서 20:48출발하는 무궁화열차로 귀가하였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서.....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한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이어진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고 있다는 백두대간! 지리산 천왕봉에서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그리고 설악산을 지나 진부령에 이르기까지 도상거리 약 640킬로미터, 실제거리 734.65킬로미터(약 1,840리, 포항셀파)나 되는 머나먼 산길이다. 나는 2006. 9. 22.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2008. 8. 25. 진부령에 도착하였다. 우리국토의 등줄기를 두발로 온전히 걸어보겠다는 자그마한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막상 진부령에 도착 하고 보니 완주의 기쁨과 함께 민족분단의 슬픔, 아쉬움, 허탈감 등 만감이 교차하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 들었다. 평소 산을 좋아하여 산행을 자주 하였지만 종주산행이라고는 뒤늦게(2005년도) 천성장마를 시작으로 덕유산과 지리산 종주한 경험이 전부이다. 전에는 백두대간종주는 전문산꾼이나 하는 정도로 관심밖에 놓여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경력이 있는 대충산사 박달령님고문님의 영향을 받아 종주산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맛보기로 대간을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대간종주 자격시험인 천성장마 당일종주에 성공한 후 본격적으로 대간종주에 뛰어 들었다. 종주진행 방식은 북진을 원칙으로 하되, 주말을 이용하여 구간종주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전구간을 나홀로 진행하였으며, 신의터재에서 갈령3거리 한 구간은 박달령 고문님께서 우정산행을 해 주었다. 무령고개에서 이화령까지는 승용차로 접근하고 그 외 구간은 기차나 버스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총 32회에 걸쳐 39일 산행하였으며, 대간산행하면서 대간자락에서 24일 숙박하였다(국립공원 대피소, 민박, 여관, 찜질방 등). 대간종주를 하면서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한 ‘실전 백두대간 종주산행’책자를 기본서로 삼고 월간 산잡지를 비롯하여 박달령님과 구름나그네님 산행기를 참고하였고, 온라인상 오케이마운틴 홀대모카페에 들어가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러다보니 작년 2. 15. 홀대모에 가입하게 되어 많은 홀대모 회원님들과 온라인상에서 교류를 하게 되었다. 홀대모 대간선배님들의 생생한 산행정보 및 노하우 그리고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완주하게 되었다. 박달령님고문님의 산행기는 6-7년전의 기록이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워낙 꼼꼼하게 기록이 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 초행길이고 홀로하는 산행이라서 다음에 가야 할 구간에 대한 예습을 철저히 하였다. 체력이 남보다 약한 편이라 산행속도에 집착하지 않고 주변 경관을 둘러 보면서 비교적 천천히 이동하였다. 마루금을 걷는데 치우친 나머지 대간주변의 계곡과 사찰, 마을, 문화유적지 등을 둘러보는 입체적인 사회공부를 하지 못한 점이 내내 아쉽기만 하였다. 산행을 마치고 산행기를 작성하면서 ‘월간 산’잡지를 비롯하여 책자를 뒤져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서 백두대간에 대하여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예습 실행 복습을 반복하다보니 대간상 고개와 산봉우리 이름은 저절로 머릿속에 입력이 되었다. 최근에 산림청에서 대간길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고 과거에 비하여 대간산행이 일상화되어 대간길도 뚜렷하고(국립공원 등 일부 통제구간을 제외하고는 선답자들의 표지기가 길 안내를 하고 있다.), 통신(핸드폰), 교통, 숙박시설(민박집) 등 제반 여건이 많이 좋아져서 대간선답자들에 비하여 무난하게 대간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속리산 늘재까지 진행하고 해빙되기를 기다리고 있던중 4. 3.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치료를 받는 바람에 대간산행이 중단되었다가 그해 여름( 7. 15.)에 재개하였다. 알바산행에 대한 추억은, 짙은 운무속에서 소백산 묘적령 구간에서 지능선을 타고 고항치로 내려가는 1시간반의 알바와, 어둠속 황철봉 구간에서 미시령을 코앞에 두고 길을 잃어 1시간 넘게 알바하여 밤 10시 가까이 되어 고갯마루에 내려섰던 일이다. 가장 힘들었던 산행은 한겨울에 눈이 무릅까지 빠지는 가운데 육십령에서 덕유산을 지나 빼재까지 1박2일의 19시간 산행과, 지리산 주능선(성삼재에서 천왕봉)보다 더 길다는 댓재에서 두타.청옥산을 지나 백복령구간의 당일 16시간 산행, 그리고 거의 탈진하다시피한 상태에서 설악산 저항령과 황철봉 너덜 구간을 넘어 미시령까지 15시간 반의 산행이다. 컴컴한 새벽에 저수재에서 출발하여 투구봉 근처에서 미확인 동물을 만나 오도가도 못하여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였으며, 희양산 대간길을 지키는 스님을 만나지 않으려고 집에서 새벽 2시50분에 출발하여 승용차를 몰고 은티마을에 갔던 일이 기억이 생생하다. 만만치 않은 암릉구간도 많이 지나갔다. 육십령 할미봉 암릉 내리막길, 삼도봉 1175봉 암릉하산길, 속리산 문장대북릉 암릉길은 눈과 얼음이 있는 겨울에 통과하였으며, 대야산 흙절벽길, 구왕봉과 희양산 암릉길, 한계령 암릉하산길, 황철봉 너덜길 등을 조심스럽게 통과 하기도 하였다. 한편 추풍령 금산과 자병산처럼 인위적으로 사라져 버린 대간의 흉물스런 모습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백두대간 종주하면서 조상님이 물려주신 우리 국토의 등줄기를 걷다보니 국토에 대한 사랑이 커져만 갔다. 백두대간은 후손들에게 물려 줄 소중한 자산이다. 백두대간을 보다 자연상태로 보전하고 가꾸어 나갈 책임은 다름 아닌 산을 찾는 우리들에게 있다. 하루에도 헤아릴 수 없는 산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백두대간은 앞으로 나의 인생길에서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대간산행은 나의 삶의 방식에 있어 수동적인 삶 보다는 적극적으로 진취적으로 살아가고자하는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으며 몸과 마음을 보다 건강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을 준 것은 국립공원의 통제구간에 들어있는 대간길을 걷는 것이었다.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 오대산 그리고 설악산의 통제구간을 통과할 적에는 범법자의 기분이 들어 정신적으로 무척 괴로웠다. 통제구간을 걸리지 않고 무사히 지나 갔다는 사실에 대하여 결코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립공원에서 무조건 통제하지 말고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대간꾼들이 심적부담이 없이 대간길을 이어갈 수 있으면 한다. 속리산의 경우 문장대 북릉 암릉길 일부구간만 안전시설을 해 놓으면 늘재까지 편안한 길이라서 통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자연보호가 꼭 필요하여 통제가 불가피한 구간에 대하여는 입산신고(또는 허가)를 미리 받아 일년에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대간길을 개방하여 가이드 참여하에 대간산행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다(현재 지리산 칠선계곡처럼). 진고개-동대산 구간처럼 탐방로(등반로)를 제외하고 특별보호구로 정하여 놓으면 오히려 대간꾼들에 의한 특별보호구감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질 것이다(특별보호구내에서 산나물채취행위 감시 등). 진부령이 대간의 종점이 아니다.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까지 북녘의 대간을 갈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빨리 통일이 되어 북�의 백두대간을 온전히 걸어 백두산 장군봉 정상에 태극기를 꽂는 그 날이 종주완성이 되는 날이리라. 남북통일의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여 본다. 나홀로 산행을 하다보니 집안일에 소흘히 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여 내내 미안한 생각이 들었으며, 그동안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준 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끝으로 대간산행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많은 도움과 응원을 해 주신 박달령 고문님, 오케이마운틴 홀대모 회원님들, 영동산악회 회원님들, 직장동료 여러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