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6차(빼재-대덕산-부항령)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6차 (빼재~부항령)
1.위치: 전북 무주군, 경남 거창군, 경북 김천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삼봉산(1,254미터), 삼도봉(1,250미터), 대덕산(1,290미터)
1.산행일시: 2006. 11. 24. (금)
1.날씨: 흐림(가끔 가루눈이 내림)
1.산행코스: 빼재(신풍령)-호절골재-수정봉-삼봉산-소사고개-삼도봉-대덕산-덕산재-폐광터-선황당재-853봉-부항령-삼도봉터널
1.산행시간: 10시간40분(휴식시간 포함)
1.이동거리: 20.5킬로미터
1.늦가을 속에 정상부근은 설화 천국으로 한겨울이었다.
덕유산 구간인 육십령에서 빼재(신풍령)까지 종주하여야 하나 경방기간 중이라 12.15.지나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 다음 구간인 빼재에서 부항령 구간 종주를 하였다. 이번 구간은 표고차가 심한 데다가 7부능선 이상은 눈길이어서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집에서 승용차로 깜깜한 새벽길을 달려 한시간만에 신풍령휴게소에 도착하였다(05:50). 대간 접근거리가 짧아 집에서 잠을 자고 승용차로 이동하니 서울이나 부산에서 대간종주하는 산꾼에 비하면 호강하는 셈이다. 차에서 내리니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가루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다. 렌턴에 불을 밝히고 산행을 시작한다(06:00). 대간들머리는 휴게소에서 고개 쪽으로 조금 올라오면 오른편으로 나 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많은 대간 표지기들이 들머리임을 말해 주고 있다. 대간표지기! 대간선배님들이 다녀 간 발자취이자 후답자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길 안내자이기도 하다. 만약 대간표지기가 없다면 나홀로 대간종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가파른 길로 올라서자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점차 고도를 높이자 눈이 녹지 않고 나뭇가지와 낙옆위에 쌓여 희끗희끗하게 보인다. 하늘은 잔뜩 흐린 상태에서 가루눈은 계속 내리고... 산행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걱정이 앞선다. 핸드폰으로 일기예보를 청취하니 구름조금끼는 맑은 날씨라고 한다. 날이 개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계속 산행하기로 한다. 날이 밝아 지면서 렌턴을 소등하였다(06:50). 건너편 구름속에 잠겨 있는 산이 삼봉산일 것이다. 등산로 상태는 양호하여 덕유산을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덕유삼봉산이라고 하나보다. 낙옆위에 쌓인 흰눈을 밟으며 걸어가니 부드럽기만하다. 윙윙 불어대는 바람소리와 함께 가루눈이 계속하여 날린다. 고도를 높이자 구름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흘러가는 운무가 나뭇가지마다 상고대를 피우고 그 위에 눈이 살짝 쌓였으니... 너무나 환상적인 풍광이다. 구름속이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큰봉우리를 2개 정도 넘어가는 것 같다. 삼봉산 정상이 생각보다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운 흙길의 등산로는 암릉길로 변하면서 눈이 쌓인 바위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가끔씩 바위전망대가 나오는데 앞면이 급경사 절벽이란 느낌이 든다. 시원한 조망대신 설화가 곱게 피어 연신 디카를 눌러댄다. 사진으로 찍어놓고 보면 실제보다 영 못하다. 백사불여일견이라! 완만한 암릉길을 걸으니 이윽고 삼봉산 정상에 도착한다(08:17). 자그마한 정상표지석에는 ‘덕유삼봉산’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날씨가 쾌청하면 덕유산을 비롯하여 건너편에 삼도봉, 대덕산과 수도산, 가야산 그리고 삼도봉이 있는 민주지산 연봉이 다 보이련만 오늘은 구름속이라 전혀 볼 수 없다. 대간줄기를 조망하지 못함이 서운하기만 하다. 결과적으로 오늘 맑겠다는 기상청 예보는 오보가 되었다. 언뜻 해가 보일 듯 하다가 구름 속으로 숨어 버린다. 눈이 쌓인 암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자 박달령이 알바한 갈림길이 나온다(09:00). 직진길로 가지 말라고 나뭇가지를 쌓아 막아 놓았다. 대간길은 오른쪽으로 90도 꺽이면서 급경사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된비알로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운무지대를 벗어나자 소사고개마을이 보이고 건너편 삼도봉과 대덕산 정상부근이 구름속에 가린 채 산자락이 보인다. 자동차로 행상을 하는 장사꾼의 확성기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참 내려서자 등로는 다시 완만해지고 묘지와 철문을 지나 부드러운 능선길로 내려서자 넓고도 넓은 고랭지 배추밭이 나온다. 아직도 수확하지 않은 배추가 많이 있다. 배추값이 워낙 싸서 농민의 시름이 깊다고 한다(산지 가격이 포기당 200원이라고 하니 껌값도 안된다.). 뒤돌아 보니 구름이 잠시 벗겨지면서 윗부분이 흰색으로 빛나는 삼봉산의 설경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배추밭을 오른편에 두고 밭길을 따라 가다가 산길로 접어들어 다시 넓은길을 따라 가니 소사고개에 도착한다(10:05). 소사고개는 전북 무주군 무풍면에서 경남 거창군 고제면으로 넘어가는 해발 690미터상에 있는 고개이다. 소사고개에서는 대간길과 도경계가 일치하지 않아 고갯마루 양쪽으로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 속하여 있다. 1,200고지에서 700고지로 내려와서 다시 1,200고지로 올라가야만 한다. 170층 빌딩을 계단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과 같다. 표지기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매달려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다시 산길로 접어 들다가 농로길을 따라 올라가니 농막의 개들이 이방인을 보자 마구 짖어댄다. 묘지를 지나 올라가다 보니 바위에 ‘사랑’이라고 적혀 있다. 사랑바위인가? 한참 올라가자 그쳤던 가루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꾸준히 올라가자 구름속으로 잠겨 들더니 다시 하얀 세상으로 빛난다. 삼도봉 가는길 역시 설화가 장관이다. 등산로 양켠으로 억새와 싸리나무가 많아 통과할려면 장난이 아니다. 가끔씩 싸리나무가 얼굴을 때려 따갑게 하는가 하면 눈이 얼굴과 입에 달라붙는가 하면 옷과 배낭에도 하얗게 달라붙어 금방 설인이 되어 버린다. 삼도봉과 대덕산 정상 주변에는 큰나무가 없고 대부분 싸리나무가 섞인 억새초원이다. 설화가 피어 온통 하얀세상이다. 고갯마루는 늣가을이요, 산 정상 부근은 한겨울이다. 한참 올라서자 삼도봉(일명 초점산)에 도착하였다(11:45). 이곳 삼도봉은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상남도 거창군과 경상북도 김천시가 갈라지는 곳이다. 삼도봉에서 하산하면서 경상남도와 작별하고 대덕산을 향하여 다시 올라간다. 허기가 져서 가루눈이 내리는 가운데 적당한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보온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더운물에 밥을 말아 총각김치와 오뎅볶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다시 오르막 능선길이 계속된다. 구름 속이라 한치도 보이지 않아 정상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없다. 오르고 또 오르자 이윽고 헬기장으로 되어 있는 대덕산 정상에 도착하였다(12:52). 맑은 날씨라면 전망이 끝내줬을 것인데.... 내려오다 보니 산죽길로 이어지고 가루눈도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 삼도봉과 대덕산은 육산이라 대부분 부드러운 흙길이다. 대덕산 하산로 역시 지그제그의 가파른 길이나 일반산행객이 많이 다니는 길인지 등산로 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눈길을 걸어 바지 아랫부분과 등산화가 모두 젖었고 양말도 젖어 있다. 얼음골 약수터에 이르러(13:25)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인다. 하산길에 북쪽을 바라보니 가야할 대간능선이 영동 삼도봉을 향하여 힘차게 뻗어 있고 좌측으로 민주지산과 함께 석기봉 정상부근이 하얗게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1,175봉과 함께 화주봉이 보인다. 백두대간을 시작하면서 덕유산 구간을 건너 뛰었지만 벌써 영동의 민주지산이 보이다니 많이 걸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로 덕산재와 함께 덕산재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포장도로가 보인다.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내려오니 눈길은 온데간데 없고 다시 늦가을 분위기이다. 한참 낙옆길을 따라 내려오니 덕산재(해발 644미터)에 도착한다(14:20). 덕산재는 무풍면과 김천시 대덕면을 연결하는 고개로 30번 국도가 지나간다. 아까 눈길에서는 덕산재까지만 산행할까 하는 유혹이 들었으나 시간도 넉넉하고 눈도 더 이상 내리지 않아 당초 계획대로 부항령까지 가기로 하였다. 덕산재 날머리에는 대덕산 등산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도로 건너편 덕산재 휴게소 앞에는 ‘백두대간 덕산재’라고 씌여진 큰돌이 서 있다. 한사람도 없는 고즈넉한 덕산재와 작별하고 다시 가파른 산길로 올라간다. 어느정도 올라서자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지고 조금 더 진행하니 나무가 거의 없는 폐광터를 지나간다(15:00). 덕산재에서 부항령 구간은 수목이 울창하여 전망이 별로 좋지 않다. 등로에는 낙옆이 수북히 쌓여 있어 발목까지 잠기고 어떤 곳에는 무릅까지 잠긴다. 내려 가다가 선황당재를 지나 다시 올라간다. 삼각점이 있는 853봉에 이르러(16:00) 삼도봉쪽을 바라보니 오른편으로 가야 할 대간능선인 1,175봉과 함께 화주봉이 우람한 모습으로 보인다. 뒤돌아보니 하얀 눈으로 겨울옷을 갈아 입은 대덕산과 삼도봉의 두 봉우리가 다정스럽게 보인다. 대덕산 뒤편으로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큰산 일부가 보이는데 아마 덕유산 자락이 분명하리라. 내려 오다가 무풍택시(이제수님, 011-689-6660)로 예약을 하고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내려온다.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지나자 공터인 부항령에 도착한다(16:30). 아래를 쳐다보니 무풍에서 김천 부항면으로 지나가는 포장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직진하면 계속 대간길로 이어진다.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서 내려오니 삼도봉터널 입구이다(16:40). 예약한 택시로 신풍령으로 이동하였다(차비 25,000원). 신풍령 휴게소의 넓은 광장에는 내차 한대만이 외롭게 서 있다. 영업을 하지 않는 신풍령휴게소와 주유소 건물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을 뿐이다. 대진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량이 급감하여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다른산행객 한명도 보지 못하였다. 궂은 날씨에 눈길을 걸어 산행시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뜻하지 않게 설화를 볼 수 있는 늦가을 속의 한겨울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