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31차(한계령-설악산-미시령)

덕유평전 2008. 8. 8. 18:02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31차 (한계령~미시령)

1.위치: 강원도 양양군, 인제군, 고성군, 속초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설악산(대청봉(1,708미터), 1275봉, 황철봉(1,318미터))

1.산행일시: 2008.  8.  4. (월)∼ 8.  5. (화) (3박2일).

1.산행코스: 한계령-서북능선갈림길-끝청봉-중청봉-설악산(대청봉)-소청봉-희운각대피소(1박)-무너미고개-공룡능선(신선암-1275봉-나한봉)-마등령-1326.7봉-저항령-황철봉-미시령

1.총산행시간: 24시간 20분(휴식 및 식사. 알바시간 포함)

1.이동거리: 23.73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719.05킬로미터)


종주전날

이번 산행은 산악인들의 영원한 고향이자 천하의 산꾼들이 모여 든다는 산중미인 설악산구간이다. 푸르른 동해바다를 옆에 두고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설악의 진수를 맛보는 만큼 내외설악을 가르는 공룡능선 그리고 황철봉 너덜지대의 암릉을 힘겹게 통과하여야 하는 고통(?)이 따르는 구간이다. 또한 마등령부터 미시령까지 통제구간으로 종주자의 마음고생을 시키는 구간이기도 하다. 한계령부터 대청봉을 지나 마등령까지는 산악회를 따라서 다녀간 구간이라 낯설지 않다. 하지만 설악산에 대한 기억은 무박산행하면서 힘겹게 고생했던 기억뿐이다. 재작년 가을 대간종주를 시작하기 직전에 설악동에서 천불동계곡으로 올라 희운각에서 비박을 하였는데 다음날 술병이 나서 아침과 점심을 굶어가며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공룡능선을 넘느라 생고생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괴롭다. 일주일전에 희운각대피소에 인터넷예약을 마쳤다. 코펠 버너 등 산행장비를 챙겨놓고 보니 배낭무게가 꽤 나간다. 카메라도 2대 준비하였다. 여름휴가를 맞아 1박2일 일정으로 가족과 함께 충주호와 수안보온천 나들이를 마치고, 대간의 끝자락에 서 있는 설악을 만나러 나홀로 떠나간다. 무궁화열차(영동에서 14:18)로 대전에 도착하여, 대전에서 강릉행 시외버스에(15:40출발예정) 승차하였는데 여름휴가철 고속도로 정체로 30분 늦게 출발하였다. 충주에서 원주구간을 국도로 이동하여 강릉에 20:00가까이 되어 도착하였다. 터미널근처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하고 전에 묵었던 동아싸우나 찜질방에 여장을 풀고 일박하였다.


종주 첫날( 8월 4일 월요일)

1.날씨: 구름많음

1.산행구간: 한계령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1.산행시간: 8시간 55분

1. 운무속에 너울너울 춤을 추는 용아장성능과 공룡능선

헨폰 알람소리에 일찍 기상하여 강릉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첫차로(05:50) 양양에 도착하여 근처 기사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08:15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시외버스에 승차하여 한계령에 도착하였다(차비 2,900원). 대청봉과 점봉산 그리고 가리봉 정상 부근에 구름에 쌓여 있을 뿐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오색에서 승차한 아들과 함께 온 서울 부부산님과 함께 한계령에서 내렸다. 한계령휴게소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짧아 여유있게 천천히 걷기로 하였다. 급경사 계단길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09:00). 워밍업 구간없이 급경사로 올려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으며 땀을 많이 흘렸다.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갈림길 구간은 국립공원에서 돌을 깔아 놓거나 데크계단을 설치해 놓아 고속도로 수준이다.  1307봉에 이르자(10:00) 운무가 흘러가면서 순간순간 깊고 깊은 설악의 계곡 모습이 펼쳐진다. 서북능선과 귀때기청봉은 운무와 숨바꼭질을 하고 서북능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에 솟구친 암릉이 아름답기만하다. 운무를 머리에 이고 있는 가리봉의 모습이 보이는 반면에 지나 온 점봉산은 운무속에 깊히 잠들어 있다. 급경사 등로가 다소 완만해지면서 산사태가 난 조그만 계곡을 다리로 건너간다. 이곳에서 얼음같이 차가운 계곡물로 식수를 보충하였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서자 서북능선 3거리에 이른다(10:51). 좌측으로 가면 귀때기청봉, 대승령을 지나 안산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능선길을 걸어간다. 고사목과 주목 군락지가 보인다. 뒤돌아보니 귀때기청봉이 우람한 모습으로 보이고 내설악쪽은 날씨가 좋아 그런대로 보이나 남설악쪽은 운무가 많이 끼어 시계가 불투명하다. 아래편에 너덜지대가 있는 전망바위에 앉아 누룽지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이후로 등로는 더욱 부드러워진다. 군데군데 멧선생이 쟁기질 한곳이 눈에 띈다. 운무가 점점 짙어지면서 조망은 없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상쾌하기만 하다. 버스에서 같이 내렸던 부부산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어간다. 대청봉에 올라 오색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대학생 아들과 함께 가족산행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오르다보니 끝청이 나오고(13:54) 봉정암에서 들려오는 목탁소리를 들으면서 전망좋은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잔뜩 끼었던 운무가 지나 가면서 공룡알을 얹어 놓은 중청봉의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내설악 용아장 능선이 황홀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소청산장과 함께 봉정암의 모습도 보인다. 수많은 잠자리가 날아 다니고 있다. 운무 사이로 보는 설악의 모습이 더 아름답기만하다. 한참 쉬었다가 걸어가니 끝청갈림길이 나오고 설악대피소에 이른다(14:50). 대청봉의 모습이 운무속에 보였다가 안보이기를 반복한다. 대피소에는 많은 산님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사진기만 가지고 대청봉으로 올라간다. 힘겹게 올라서자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 당도한다(15:10). 평일이라 그런지 산님 세분이 식사하고 있을 뿐 한가하기만 하다. 운무가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운무가 걷히기를 기다렸으나 쉽게 걷히지 않는다. 정상에는 다람쥐가 많이 있다. 땅콩을 까 먹고 있는 다람쥐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대청봉에서 하산하여 설악대피소로 내려온다. 켄커피를 하나 사먹고 출발하려 하는데 벨트에 착용한 소형 디카가 탈영하여 빈 케이스만 매달려 있다. 어라!  정상에서 분명히 사진을 찍었는데....디카를 찾으러 다시 대청봉에 올라갔다. 천천히 꼼꼼하게 등로를 살펴 보면서 올라 갔으나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운무 사이로 잠시 푸르른 동해바다와 속초시내 일부가 조망된다. 하산하면서 살펴 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하였다. 그동안 대간산행하면서 나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디카였는데....예비로 큰 카메라(니콘 D40x)를 가져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설악산장에서 중청봉을 사면길로 우회하여 내려온다. 운무 사이로 공룡능선과 마등령 일부가 보이고 용아장성능이 멋들어지게 보인다. 소청봉 갈림길을 지나 희운각 쪽으로 하산한다. 대부분 급경사로 데크 계단길이 많다. 어느덧 운무가 걷히고 내일 가야 할 공룡능선과 마등령 그리고 황철봉의 대간능선이 조망된다. 급경사 계단길로 한참 내려오자 계곡물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다리를 건너 희운각대피소에 이르러 오늘 산행을 마쳤다(17:55). 대청봉에서 죽음의 계곡 옆으로 난 능선길이 대간길이나 통제구간이라 우회하다보니 물을 건너게 된 것이다. 카메라 분실로 산행시간이 한시간 넘게 길어졌다. 대피소에는 많은 산님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육개장에 햇반을 넣어 끓여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며칠전에 많은 비가 내려 맑은 계곡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다. 식수를 보충하고 탁족을 하니 이내 통증을 느낄 정도로 차갑다. 나이가 지긋한 산장관리인으로부터 설악산 구조경험담을 재미있게 들었다. 희운각대피소는 이달 18.부터 약 3개월간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한다. 어둠이 내리면서 썬듯썬듯하니 다소 한기를 느낀다. 침실로 들어와서 일찍 자리에 누웠으나 옆에 아저씨의 코골이가 심하여 뒤늦게 잠이 들었다(23:00).  


종주 둘째날( 8월 5일 화요일)

1.날씨: 맑음

1.산행구간: 희운각대피소에서 미시령까지

1.산행시간: 15시간 25분

1. 공룡의 날등을 타고 황철봉의 너덜을 지나 알바까지....

일찍 기상하여(05:00) 밖에 나와보니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이다. 햇반과 카레로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06:30). 천불동계곡길과 공룡능선길이 갈라지는 무너미고개를 지나 사면길의 편안한 등로로 이어지다가  된비알의 오름길로 바뀐다. 힘겹게 신선암 안부에 도착한다(07:06). 신선암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의 모습은 압권이다. 아침햇살을 받은 암봉들이 하늘을 찌를듯 울퉁불퉁 솟아있다. 뾰족하게 솟은 범봉이며 마등령 자락에 있는 세존봉, 황철봉과 오른편에 있는 울산암 그리고 운해에 잠겨있는 동해의 모습이 들어온다. 대청봉과 중청봉, 소청봉이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며 우람한 모습으로 서 있고 용아장성능 너머로 귀청봉에서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조망된다. 헬기가 설악산장에 물품을 공수하는지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보인다.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 섰다가 비교적 편안한 암릉길로 이어진다. 공룡능선 구간도 공단에서 돌을 깔아 놓아 어린아이도 지나갈 수 있다. 오르내림을 반복하기 때문에 힘이 다소 들 뿐이지 암봉을 로프잡고 일일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니다. 힘은 들지만 전후좌우로 펼쳐지는 설악준령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오늘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맑은 날씨를 보여 땀을 많이 흘렸다. 모처럼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고개에 올라서자 푹 꺼졌다가 솟구친 1275봉의 모습이 정면에 보인다. 잠시 쉬었다가 정비된 등로를 따라 내려간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공룡능선을 산행하는 가족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뒷편으로는 대청봉과 중청봉이 줄곧 따라온다. 안부에 이르자 계곡물이 흘러 내려가고 있다. 이곳에서 식수를 넉넉하게 보충하고  1275봉의 가파른 오름길로 힘겹게 올라간다.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린다. 1275봉 오름길에서 뒤돌아 보니 날카롭게 솟은 공룡능선 암봉들 너머로 대청봉과 중청봉이 부드럽게 보인다. 1275봉 안부에 이르러(09:11)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안부에는 ‘희운각 3.0km, 마등령 2.1km’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다. 1275봉 안부에서 바라보니 가야 할 나한봉과 마등령의 모습이 보인다. 다시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간다. 1275봉부터 마등령에 이르기까지 오르내림의 기복이 심하여 자주 휴식을 취하였다. 뒤돌아보니 뾰족이 솟은 1275봉이 보이고 동해쪽은 구름바다이다. 힘겹게 나한봉에 올라(11:21) 바라보니 마등령이 지척에 있다. 동쪽을 바라보니 운무 사이로 설악동 소공원의 모습이 보인다. 나한봉에서 내려서자 백담사 갈림길이 있는 펑퍼짐한 마등령에 이른다(11:35). 많은 산님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오찬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 누룽지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조금 더 올라가자 출입금지표지판과 마등령정상 표지목이 있는 비선대갈림길에 이른다. 운무 사이로 천화대 암릉이 멋있게 조망된다. 출입금지판 뒤편으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이곳부터는 줄곧 특별보호구역인 통제구간으로 초행길이다. 자연공원법에 위반하여 금단의 구역으로 들어가려하니 마음이 너무 괴롭다. 자유롭게 대간길을 통행할 수 있는 날이 언제 올려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금단의 대간길로 접어들자 어제 오늘 걸어왔던 길과 사뭇 다르게 잡목이 스치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선답자들의 대간표지가가 곳곳에 반갑게 매달려 있다. 완만하게 올라서자 삼각점이 있는 1326.7봉(마등봉)에 이른다(12:25). 대간길은 북서쪽 방향으로 휘어진다. 작은 너덜지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저 멀리 가야할 마루금이 길게 암릉으로 병풍을 이루고  있다. 동해쪽에서 발달한 구름이 대간 마루금을 넘지 못하여  마루금을 경계로 영동지방은 운무의 바다이고 영서지방은 맑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대청봉에서 귀때기청봉을 지나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길다랗게 하늘금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로 내설악의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남진하는 대간꾼 2명을 만났다. 새벽 6시40분에 미시령에서 출발하였는데 국공파가 없었다고 한다. 야간근무를 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가야할 능선에 암릉이 길게 펼쳐져 있는데 대간길은 대부분 좌측편 사면길로 길게 이어진다. 그러나 사면길 역시 대부분 제멋대로 솟아 있는 너덜길(돌길)에다가 오르내림을 반복하여야 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다. 금년들어 처음으로 꽃뱀 한 마리와 독사 한 마리를 보았다. 독사를 찍으려고 배낭에서 사진기를 꺼내는 순간 숲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전망좋은 바위봉우리에 힘겹게 올라서자 지척에 바위 암봉이 뾰족하게 솟아있다. 대청봉과 중청봉은 운무속에 잠겨있고 내설악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너덜길을 따라 내려 오는데 진부령에서 출발하였다는 젊은 대간꾼 2명을 만났다. 저항령이 얼마 남았느냐고 물어보니 30분은 더 가야 한다고 한다. 바람이 불지 않는 무더운 날씨에 나 자신의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가운데 저항령이 멀게만 느껴졌다. 너덜길에는 대간선답자가 붉은색 화살표로 라카칠을 해 놓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휴식을 많이 취하면서 힘겹게 가파른 너덜길로 올라서자 바위로 된 무명봉이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저항령이렸다. 건너편 황철봉은 운무속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흘러가는 운무 사이로 황철봉 능선이 언뜻 보이는데 꽤 높아 보인다.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립다. 쵸콜렛을 꺼내 먹었다. 속이 울렁거려 간신히 먹었다. 너덜의 내리막길 역시 힘이 많이 들었다. 걷는 시간보다 앉아 쉬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겨우겨우 내려오니 저항령이다(16:10).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너덜길로 악명이 높은 황철봉을 오를 생각을 하니 끔직하기만 하였다. 백담사 쪽으로 탈출하고 싶어 지도를 살펴보니 내려가는데만 3시간 걸린다고 적혀 있다. 죽으나 사나 미시령으로 가야만 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야간산행을 각오하고 미시령까지 가기로 결심한다. 황철봉 오름길이 만만하지 않다. 너덜 오름길이 계속된다. 대간표지기와 붉은색 화살표의 안내를 받아 천천히 올라간다. 탈진한 상태라서 자주 쉬면서 올라갔다. 죽을 힘을 다하여 힘겹게 오르자 드디어 너덜로 되어있는 황철봉 정상에 도착하였다(17:38). 정상표지석은 없고 대리석의 천연보호구역 표지석이 서 있다. 황철봉에서 1318.9봉(일명 황철북봉)에 이르는 구간은 기복이 거의 없는 편안한 등로로 이어진다. 다행이 탈진현상이 가라 앉으면서 점차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황철북봉에 이르자(18:55) 대청봉과 함께 마등령에서 지나온 대간 줄기가 한눈에 조망된다. 어둡기전에 황철봉 너덜 내리막길을 충분히 내려 설 수 있겠다. 조금 내려서자 그 유명한 너덜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너덜길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야광표지막대가 등로를 안내해 주고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 알바한 대간꾼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덜지대는 3군데로 거리가 약 700∼800미터정도 될 듯싶다. 황철봉 하산길 너덜에 있는 돌은 대부분 큼직큼직하고 냉장고보다 더 큰것도 부지기수이다. 어느덧 땀을 흘리게 했던 오늘 하루해가 서산에 넘어가고 있다. 1092봉에서 흘러내린 울산바위의 모습이 독특한 모습으로 조망되고 동해바다쪽은 여전히 구름바다이다. 정면에 미시령 고갯길과 함께 다음에 올라 가야할 상봉의 모습이 보인다. 미시령쪽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대간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행이 너덜길의 바위는 미끄럽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너덜길을 내려간다. 지긋지긋한 너덜길이 끝나자 숲길로 들어서면서 등로는 돌길에서 점차 부드러운 흙길로 바뀐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렌턴을 점등하였다. 울산바위 갈림길을 지나 편안한 등로를 따라 한참 내려오니 잡목숲 사이로 미시령휴게소 불빛이 보이고 엠프에서 흘러 나오는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잡목숲길에서 억새초원길로 바뀌면서 전망이 확 트이는 능선길로 내려온다. 다시 길이 좁아지면서 잡목숲이 우거진 길을 따라 내려오니 밤이슬에 등산복이 흠뻑 젖었다. 내려오다보니 길이 없어져 버렸다. 이상하다. 그대로 뚫고 내려가면 미시령 도로에 내려 서겠지 하고 숲 사이를 헤집고 내려 갈려고 시도 하였지만 온통 잡목투성이라 우왕좌왕 하기만 하였다. 마음만 급하여 여러번 넘어지기도 하였다. 안되겠다싶어 다시 백하여 억새능선길이 나올때까지 되올라갔다. 미시령을 코 앞에 두고 알바를 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충분히 휴식을 취하였다. 저멀리 미시령 터널입구의 가로등 불빛이 보이고 고개마루로 완만하게 흘러내린 황철봉 산자락 위에 초생달이 두둥실 떠 있다. 길을 잃고 헤메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우측편으로 길이 있기에 따라 가보니 이내 없어진다. 0909님께 전화연락을 하여 현재상황을 설명하니 무조건 직진하라고 한다. 갈림길이 있나 확인하면서 천천히 내려온다. 내려오다보니 아까 내려왔던 그 길이다. 다시 되집어 올라갔다가 되내려 오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우측편으로 길이 나 있다. 숲이 무성한 길로 내려서자 공단에서 설치한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조심스럽게 철조망을 넘어 내려서니 마침내 미시령이다(21:55).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0909님으로부터 안부전화가 다시 걸려오고 가족들에게 무사히 도착하였다고 연락을 해 주었다. 통제초소와 미시령휴게소에는 불이 꺼져 있고 드라이브 나온 승용차 2대가 서 있을 뿐 적막하기만 하다. 속초택시를 불러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밤하늘을 쳐다보니 보석을 뿌려 놓은듯 별빛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고 은하수도 보인다. 모레가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7월7석날이다. 어렸을 적에 전기불이 없는 외가에서 한여름밤에 바라 보는 그 별빛이었다. 이번 설악산 구간에서는 디카를 잃어 버리고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산행을 한 끝에 미시령 날머리에서 뜻하지 않은 알바까지 경험하는 힘든 산행이 되었다. 이제 대간길 마지막 한 구간만이 남아 있다. 택시로 속초에 이동하여(차비 18,500원) 찜질방 근처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음료수만 들이키고 입맛이 없어 먹다 말았다. 대간선답자들이 애용했던 해수피아찜질방에서(10,000원) 샤워를 하고 땀에 찌든 옷을 갈아 입으니 개운하다. 청초호 옆에 있어 야경이 좋고 시설이 양호하여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심신이 너무 피곤하여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다음날 시외버스와(속초에서 06:20출발, 강릉에서 08:10출발) 무궁화열차(대전에서 12:05)로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