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29차 (진고개~구룡령)
1.위치: 강원도 강릉시, 평창군, 홍천군, 양양군 소재
1.대간상 주요산: 동대산(1,433.5미터), 두로봉(1,422미터) 응복산(1,360미터), 약수산(1,306미터)
1.산행일시: 2008. 6. 30. (월).
1.날씨: 구름많음
1.산행코스: 진고개-동대산-차돌백이-두로봉-신배령-만월봉-응복산-마늘봉-약수산-구룡령
1.산행시간: 11시간 30분(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1.이동거리: 23.5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650.17킬로미터)
종주전날
어제 토요일날은 온종일 장마비가 내렸다. 장마가 잠시 주춤한 월요일날 대간하기로 하고 하루 휴가를 받았다. 지나번과 같이 무궁화열차(영동에서 14:18출발)와 시외버스를 이용하여(대전에서 15:30, 원주에서 18:15출발) 진부에 도착하였다. 감미옥식당에서 선지해장국으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시내버스로 청기와민박집에 도착하였다. 청기와민박집(033-334-0537)은 언덕에 있는 아담한 기와집으로 70대 할아버지 한분이 살고 계신다. 서울에서 살았으나 평소 산을 좋아하여 12년전에 이곳으로 이사와서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일 새벽에 택배를 부탁하고(숙박비 포함 35,000원) 일찍 자리에 누웠으나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늦게 취침하였다(24:00).
종주당일
1. 원시의 생명력으로 충만한 오대산의 넉넉한 숲의 바다에 빠지다.
새벽 2시경에 잠에서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가 일어났다(03:10). 민박집 할아버지의 택배로 진고개에 도착하였다. 고갯마루에는 안개가 잔뜩 끼어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다. 할아버지와 작별하고 산행을 시작한다(03:50). 나뭇잎에 이슬이 맺혀 있어 금방 바지와 잠바가 젖어 들었다. 사방이 휘뿌옇게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렌턴불에 의지하여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로 올라간다. 진고개에서 동대산 오름길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최근에 해제되었다. 한참 올라서자 안개지역을 벗어 낫는지 맑은 날씨에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날이 밝아 오면서 렌턴을 소등하고(04:40) 더 올라서자 동대산이다(04:50). 정상은 헬기장으로 사방 잡목으로 가려 있어 전망이 좋지 않다.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운해의 바다위로 해가 뜰려고 붉게 물들어 있다. 멀리 황병산이 섬처럼 구름바다위에 떠 있고 운무가 노인봉 자락을 휘감고 있다. 반대편 역시 오대산의 준령들이 구름위에 떠 있다. 동대산 하산길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동녘을 바라보니 이미 해가 떠 있고 햇빛에 반사된 운해가 황금바다로 펼쳐지고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다. 일출을 제때에 보지 못하여 아쉽기만 하다. 고도를 낮추자 다시 운무속으로 들어간다.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후두둑 후두둑 떨어진다. 맑은 날씨에 웬 비가 내리나?. 잡목지대를 통과하면서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옷이 흠뻑 젖었다. 대간길은 태고의 원시림을 간직한 짙은 숲길의 연속이다. 앞서 간 사람이 없는지 거미줄이 수시로 등로를 가로막고 있다. 희뿌연한 안개 사이로 아침햇살이 스며드니 사뭇 몽환적인 분위기이다. 등로는 질퍽거려 미끄럽지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고 부드럽기만 하다. 집채만한 차돌이 몇 개 있는 차돌백이를 지나간다(06:00). 안부에 있는 신선목이에 도착하여(06:39) 빵과 두유로 간식을 하였다. 다시 힘겹게 올라서자 가파른 등로는 부드러워진다. 비로봉 갈림길을 지나 더 올라가자 두로봉이다(07:42). 두로봉 오름길에 최근 설치한 감시초소가 있는데 안에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다. 백두대간 두로봉에서 갈라진 산줄기가 오대산 주봉과 계방산, 태기산 그리고 용문산을 지나 서쪽으로 달려가다가 팔당호에 이르러 잠긴다. 이름하여 ‘한강기맥’이라고 부르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헬기장으로 되어 있는 두로봉 역시 숲에 가려 조망이 별로이다. 숲너머로 바라보니 오대산 주능선이 일부 보이고 사방팔방으로 운해를 이루고 있다. 목책을 넘어 금단의 지역으로 진입한다. 두로봉에서 신배령을 지나 1210봉 공원경계지역까지 출입금지 구간이다. 두로봉 하산길에서 바라보니 가야할 대간줄기가 구름바다로 잠겨들고 있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편안한 숲길로 바뀐다. 펑퍼짐한 등로 주변에는 멧선생이 쟁기질을 해 놓은 곳이 엄청 많았다. 역시 오대산이 멧돼지의 천국인가 보다. 가끔씩 대간리본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이 없는 대간길을 따라 걷다보니 금지구역 경고판이 있는 신배령을 지나간다(09:11). 경고판 통제목적에 ‘국공파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적혀 있다. 아마 대간꾼이 적어 놓았나 보다. 다시 올라가자 목책을 넘어 금단의 구역에서 빠져 나온다. 이른 시간이라 국공파를 만나지 않고 오대산국립공원지역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느긋하게 걸어가도 되겠다. 대간길은 1210봉을 우회하여 서쪽방향으로 꺽인다. 오늘 지나온 능선이 황소등처럼 유순하게 보이고 오대산쪽을 바라보니 일자로 구름에 가려져 있어 마루금이 보이지 않는다. 만월봉 오름길 펑퍼짐한 곳에서 누룽지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옷이 젖어 있어 다소 추위를 느꼈으며 손이 시러웠다. 조금 올라서자 백두대간등산로안내도와 휴게의자가 놓여 있는 만월봉이다(10:34). 날이 개이면서 동쪽을 바라보니 동해바다는 여전히 운무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고 동쪽으로 겹겹이 흘러 내린 산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가까이로 덩치 큰 응복산의 모습과 함께 오른편 멀리 조봉이 보인다. 만월봉에서 하산하여 통마름갈림길을 지나간다. 펑퍼짐한 곳 등로주변에는 어김없이 멧돼지가 쟁기질을 해 놓았다. 꾸준하게 올라가니 응복산이다(11:20). 뒤돌아 바라보니 황병산은 구름에 잠겨 있고 지나 온 동대산, 두로봉 그리고 만월봉의 대간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두로봉 오른편으로 이어진 오대산줄기가 장쾌한 모습으로 하늘금을 긋고 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당시 오대산 월정사에만 들렸을 뿐 아직까지 오대산에 한번도 오르지 않았는데 대간산행을 마치면 꼭 오대산산행을 하여야 하겠다. 하산길에 명개리쪽을 바라보니 산허리를 휘감고 오르는 구룡령 오름길이 보이고, 가야할 대간줄기인 1261봉과 1280봉 그리고 약수산의 모습이 조망된다. 더 이상 이슬이 없고 기온이 오르면서 안부에 이르러 잠바를 벗었다. 나지막한 마늘봉에 올라서자(12:27) 뭉개구름이 떠 다니는 파란 하늘에 햇볕이 따갑게 내려 쪼인다. 마늘봉 하산길에서 1261봉을 바라보니 매우 뾰족하다. 역시나 1261봉 오름길은 가파르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가운데 힘겹게 올라간다. 1261봉에 이르러(13:02) 바라보니 가야 할 1280봉과 약수산이 보이고 저 멀리 설악산은 운무속에 가려져 있고, 운무에서 벗어난 오대산줄기가 덩치 큰 모습으로 조망된다. 1280봉을 지나 안부에 이르자 산림청에서 설치한 백두대간 안내판과 함께 통나무 휴게쉼터가 나온다. 백두대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산림청과, 대간 종주를 억제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상반된 모습이 교차된다. 이곳에서 누룽지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집에서 농사지은 무공해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니 꿀맛이다. 다시 힘겹게 올라간다. 가파른 오르막길에는 통나무계단길로 조성되어 있으며 이정표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대간길 정비에 공을 들인 산림청에게 경의를 표한다. 전망바위에 이르자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다음에 가야 할 대간줄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오른편으로 양양쪽 계곡이 깊게 내려다 보이고 멀리 점봉산과 설악산의 모습이 뚜렷하게 돋 보인다. 가리봉 능선과 귀때기청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설악산 자락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드디어 대간의 끝자락인 설악이 보인다. 동해바다는 솜털같은 하얀 구름이불에 덥혀 있고 운무가 제멋대로 춤을 추는 가운데 뱀처럼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가는 구룡령 고갯길이 내려다 보인다.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냥 주저앉아 보고 또 보고 싶은 절경이로다. 양양 택시를 예약하고 조금 걸어가니 약수산이다(14:42). 이름에 걸맞게 약수산 주변에는 불바라기약수, 구룡약수, 명계약수, 삼봉약수, 갈천약수가 있다. 능선길을 걷다가 된 비알의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고사목지대를 지나 가파르게 산림전시관 뒤편으로 내려오니 구룡령이다(15:20). 양양군 서면에서 홍천군 내면으로 56번 국도가 구룡령을 지나가고 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등산객을 한명도 만나지 못하였으며, 질퍽한 등로를 걷느라 등산화와 바지가 흙투성이가 되었다. 멀어져 가는 오대산과 다가오는 설악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고 덥지 않은 날씨속에 온종일 원시의 생명력으로 충만한 숲길을 걸었다. 오늘 산행 구간은 진드기와 멧돼지 천국인데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예약한 택시로 양양시외버스터미날에 도착하여(33,000원) 강릉행 시외버스(16:20출발)에 승차하였다. 차창너머로 파도치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니 가슴이 뻥 뚤린듯 시원하다. 강릉에서 17:40에 출발하는 시외버스와, 대전에서 21:15에 출발하는 무궁화열차로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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