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27차(삽당령-고루포기산-대관령)

덕유평전 2008. 6. 2. 20:52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27차 (삽당령~대관령)

1.위치: 강원도 강릉시, 평창군 소재

1.대간상 주요산: 화란봉(1,069미터) 고루포기산(1,283미터) 능경봉(1,123미터)

1.산행일시: 2008.  5.  31. (토).

1.날씨: 맑음(약한 황사)

1.산행코스: 삽당령-들미재-석두봉-989봉-화란봉-닭목재-고루포기산-횡계치-능경봉-대관령

1.산행시간: 11시간 35분(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1.이동거리: 27.1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600.87킬로미터)


종주전날

지난주 천성장마를 하여 이번주에는 쉴까하였으나 마음은 벌써 대간에 가 있고 몸은 다시 근질근질해진다. 대간종주를 할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마치 곳간에 숨겨놓은 맛있는 곶감을 하나하나 빼 먹는 기분이라고 할까? 시외버스를 이용하여(영동에서 12:27, 대전에서 14:25출발) 강릉에 도착하였다. 차창너머로 바라보니 잔뜩 흐린 날씨에 때늦은 황사로 희뿌연하다. 일기예보를 청취하니 내일은 맑겠다고 한다. 강릉에서 18:00에 출발하는 정선행 시외버스로 갈아탔다. 강릉저수지를 지나 꼬불꼬불한 삽당령 고갯길을 힘겹게 올라간다. 고갯마루에는 아직도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 있다. 임계에 도착하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대성장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25,000원) 근처 초원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시골이라 그런지 밥그릇이 크고 밥을 많이 담아준다. 비닐우의를 사러 밖에 나갔더니 찬바람이 불면서 썰렁하였다. 저녁하늘을 쳐다보니 날씨가 개일듯하다. 내일 새벽 택시를 예약한 다음 티브이를 시청하다가 취침하였다(23:00).


종주당일

1. 차가운 강풍이 부는 대관령 고개에서 동해와 강릉을 바라본다.

자다가 화장실에 갈려고 일어나 창문밖을 내다보니 별이 영롱하게 반짝거린다. 일찍 기상하여(03:20) 산행채비를 갖춘 후 예약한 택시로(차비 15,000원) 삽당령에 도착하였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 자켓을 입고 산행을 시작한다(04:00). 임도로 진입하여 우측편 대간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숲길로 진입한다. 완만한 숲길로 이어진다. 좌측편으로 임도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 통신중계소 철탑을 지나 조금 걸어가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횡단하여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어제 내린 비로 등로는 촉촉이 젖어있고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는 산죽과 잡목이 많아 금새 바지가 흥건히 젖어 들었다. 날이 밝아 오면서 렌턴을 소등하였다(04:50). 검은등뻐꾸기새, 뻐꾸기, 꾀꼬리를 비롯하여 이름모를 새들이 새벽 잠에서 깨어 아침인사를 나누고 있다. 전망은 없으나 올망졸망한 능선길을 따라 원시림의 숲길로 이어진다. 어느덧 나무숲 사이로 해가 떠 오르고(05:11) 급사면으로 올라 무명봉에 이르자 강릉시 왕산면에서 세운 대용수동 갈림길 표지판이 있다. 조금 걸어가자 방화선으로 보이는 벌목지가 나타나면서(05:17) 처음으로 시원한 조망이 터진다. 석두봉을 지나 화란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고 멀리 고루포기산과 능경봉의 모습이 보인다. 한동안 방화선을 따라 난 대간길로 올라간다. 길가에 드문드문 아람드리 적송이 아름다운 자태로 서 있다.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뾰족하게 솟아 있는 봉우리로 힘겹게 올라서자 석두봉이다(06:14). 정상주변에 돌이 많아 석두봉인가보다. 조망이 시원하지만 옅은 황사로 멀리 있는 산이 흐릿하게 다가온다. 멀리 닭목재로 지나가는 도로와 함께 고루포기산에서 옥녀봉으로 흘러내린 산자락에 고랭지 채소밭과 풍차가 보이고 그 너머로 발왕산의 모습이 조망된다. 화란봉 너머로 고루포기산과 운무를 휘감고 있는 능경봉이 보이고 선자령의 풍차가 보일듯 말듯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 초겨울날씨나 다를 바 없다. 산죽이 많이 자라 있는 산책로같은 부드러운 등로로 이어진다. 펑퍼짐한 989봉에 이르러(07:00) 누룽지백반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장갑을 벗으니 손이 시럽고 찬 음식을 먹으니 몸이 덜덜 떨린다. 등로는 서쪽방향으로 틀어진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걸어간다. 급하게 올라가다가 다시 부드럽게 올라서자 화란봉이다(08:33). 화란봉에는 정상표지석이 없고 잡목이 우거져 있어 조망도 없다. 조금 내려와 오른편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니 고루포기산에서 옥녀봉으로 흘러가는 산자락의 고랭지 채소밭과 풍차가 보이고 그 너머로 발왕산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오자 노송이 자라 있는 급경사 암릉지대가 나온다. 왕산면 대기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유순한 길로 바뀌면서 잘 조성된 묘지를 지나 내려오자 닭목재이다(09:22). 닭목재에는 포장도로(415번 지방도)가 지나가고, 날머리에는 농기계보관창고가, 건너편에는 농산물간이집하장과 미완성의 분홍색 조립식건물이 서 있다. 이곳에서 뒤따라오던 대간꾼 5-6명이 나를 추월하여 대관령쪽으로 올라간다. 집에 안부전화를 하고 닭목령에서 출발한다. 널따란 임도를 따라 올라 가다가 숲길로 접어든다. 고루포기산에 이르기까지 임도길이 수시로 나온다. 오른편 서득봉 자락 아래에는 현재 운영을 하지 않는지 썰렁한 모습으로 비어있는 목장이 나오고 그 아래편 광활한 공터에 밭을 일구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보인다. 비온 다음날의 해맑은 날씨에 하늘은 푸르르기만 하고 차가운 바람까지 불어 마치 가을날씨같다. 온종일 땀을 거의 흘리지 않았다. 대간꾼 2명이 점심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농장을 지나 다시 숲길로 이어진다. 좌측편으로 고루포기산에서 피덕령을 지나 옥녀봉으로 흘러가는 산줄기를 바라보며 걸어간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이라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알루미늄의자 4개가 설치된 왕산제1쉼터를 지나자 완만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왕산제2쉼터를 지나 가파르게 올라서자 송전철탑이 나온다(11:40). 철탑에서 바라보니 서득봉 너머로 지나온 화란봉과 함께 멀리 대간줄기가 아득하게 펼쳐지고 있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2번쩨 철탑에 이르자(12:03) 오른편으로 고루포기산에서 능경봉으로 흘러가는 대간줄기 너머로 대관령이 보이고 선자령 풍차와 함께 멀리 황병산과 오대산자락으로 이어지는 대간줄기가 조망된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쇠똥파리와 날파리가 많아 다소 짜증이 난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고루포기산이다(12:09). 정상에는 잡목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없다. 내려 오다가 오목골 갈림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 이르러 누룽지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한낮임에도 찬바람이 불어 손이 시려웠다. 대관령전망대라고 표시된 무명봉에 올라서니(12:46) 대관령을 지나 선자령에서 소황병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줄기와 함께 고원지대에 자리한 횡계일원이(대관령면소재지) 선명하게 보인다. 다소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지다가 완만한 산길로 이어진다. 능경봉에 오르기까지 전망이 없는 울창한 숲길로 이어진다. 일반산행객과 산나물을 채취하러 온 사람들과 만난다. 등로는 양호한 편이고 이정표도 많이 보인다. 영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소리가 가까이 들리면서 횡계치에 이른다(13:37). 횡계치 밑으로 대관령 제1터널을 통과하여 강릉쪽 제2터널로 내려가는 영동고속도로의 모습이 나무숲사이로 조망된다. 지도를 살펴보니 영동고속도로가 능경봉을 중심으로 휘돌아가는 형국이다. 능경봉이 오똑한 모습으로 꽤 높아 보인다. 금방 오를 것 같지만 생각보다 훨씬 멀었다. 완만한 오름길로 여러 봉우리를 넘어간다. 능경봉에 오른 줄 알고 올라서면 다시 저만치 서 있다. 군데군데 돌을 깔아 정비한 대간길도 지나간다. 한참 올라서자 산림청에서 세운 행운의 돌탑이 나온다(14:30). 많은 산님들이 다녀 갔는지 내 키보다 훨씬 높게 쌓여 있다. 작은 돌 하나 올려 놓고 조금 올라가니 능경봉이다(14:40). 이름 그대로 강릉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봉우리이다. 황사의 영향인지 잡목 너머로 강릉시가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능경봉에서 헬기장을 지나 급사면으로 내려 오다가 완만한 등로로 바뀐다. 등로 주변에는 멧돼지가 쟁기질하여 파해쳐놓은 곳이 많았다. 눈이 많이 와서 태백산 멧선생은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한참 내려오자 제왕산으로 가는 도로가 나오고 차량과 함께 관광객들이 보인다. 다시 오솔길로 접어든다. 강풍과 함께 대관령에 있는 풍차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다음에 가야할 대간자락과 함께 오른편으로 강릉시가지가 흐릿하게 조망된다. 선명하게 맑은 날씨라면 푸르른 동해바다가 보이겠지....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놓고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준공기념탑을 지나 내려오자 대관령이다(15:35). 영동고속도로가 새로 개통한 터널로 지나가면서 대관령을 넘어가는 구 영동고속도로는 이제 한적한 고갯길로 변하였다. 굽이굽이 고갯길로 힘겹게 올라 친정이 있는 강릉을 바라보던 신사임당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오늘 산행거리는 긴 편이나 대부분 순한 길이고 덥지 않아서 힘이 많이 들지 않았다. 대관령에는 차가운 강풍이 많이 불어 정신이 없다. 과거 휴게소건물은 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너편 휴게소에는 목장을 찾아 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횡계택시를 호출하여 횡계로 이동하였다(7,000원). 과거 평창군 도암면이었는데 최근에 평창군 대관령면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외버스를 이용하여(횡계에서 16:15, 원주에서 18:00출발) 대전에 도착하였다. 대전역광장에는 미국산쇠고기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전에서 무궁화열차로(20:48출발) 귀가하여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피로가 몰려 오면서 꿈나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