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24차(피재-덕항산-댓재)

덕유평전 2008. 4. 29. 21:29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24차 (피재~댓재)

 

1.위치: 강원도 태백시, 삼척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덕항산(1,071미터), 황장산(1,059미터) 1.산행일시: 2008.  4.  27. (일). 1.날씨: 구름과 가스 많고 한때 눈,비 1.산행코스: 피재-노루메기-건의령-푯대봉갈림길-구부시령-덕항산-지각산(환선봉)-자암재-1058.6봉-큰재-1105봉-황장산-댓재 1.산행시간: 11시간(휴식 및 중식시간 포함) 1.이동거리: 26.1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526.17킬로미터)


종주전날

강원도 대간길의 눈도 거의 녹고 경방기간도 얼마남지 않아 기나긴 대간방학을 마치고 금년들어 첫대간산행에 나섰다. 대간을 시작한지 햇수로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선답자들의 산행기로 예습을 하면서 대간산행의 욕망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번 산행에 앞서 아직 경방기간중이라 은근히 신경이 쓰였으며, 또 하나 금년 1월15일 무릅부상으로 한달간 기브스를 하였는데 사고 이후 장거리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사히 대간산행을 마칠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었다. 무궁화 열차를 이용하여(영동에서 15:55, 대전에서 16:55, 제천에서 19:31) 오후 9시반 가까이 되어 태백에 도착하였다. 역근처 24시간 영업을 하는 양지기사식당은 장사가 안되는지 세를 놓는다는 광고와 함께 문이 닫혀 있다. 근처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저녁식사를 하고 보혜여인숙에 잠자리를 정하였다(15,000원). 보혜여인숙은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택시기사님으로부터 국민은행 근처에 밤샘 영업하는 해장국집이 있다는 정보를 얻어 현장답사를 하였다. 핸드폰 알람을 설정하고 취침하였다.


종주당일

1. 강풍속에 때늦은 눈보라(春雪)를 맞으며 하늘길을 걸었다.

헨폰 알람소리에 일찍 기상하여(03:00) 24시 해장촌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깜박 잊고 집에서 밑반찬(멸치조림)을 가져 오지 않아 공기밥과 김치를 달라고 하여 준비한 보온도시락에 수납하였다. 택시를 이용하여 피재로 이동하였다(차비 4,600원). 오랜만에 피재(삼수령)에 이르니 너무 반가웠다. 버스에서 단체로 온 산행객들이 내리더니 매봉산 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깜깜한 밤하늘에 하현달과 함께 별이 반짝이고 있다. 강풍이 부는 추운 날씨라서 윈드자켓에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여 겨울복장으로 중무장하였다. 지난주에 주흘산 산행시 날이 더워 여름복장으로 산행을 하였는데.... 렌턴불을 밝히고 나홀로 산행을 시작하였다(04:10). 피재에서 건의령에 이르는 구간은 부드러운 등로로 산책로나 다를 바 없다. 노루메기에 이르러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걷다가 좌측 산길로 진입한다. 이정표가 너무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거의 없다. 올망졸망한 봉우리를 여러개 넘어간다. 날이 휘번히 새면서 렌턴을 소등하였다(05:05). 서울에서 온 대간종주객 두분을 만나 덕항산까지 함께 진행하였다. 가스가 많이 끼어 동녘하늘에 떠 오른 태양이 술에 취한 듯 벌겋다. 등로 주변에는 분홍색의 진달래꽃이 곱게 피어 있다. 비포장 임도가 통과하는 가짜건의령을 지나 무명봉에 오른다. 좌측편을 바라보니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산줄기가 있는 상사미동 마을과 함께 35번 국도와 하천이 휘돌아 흘러가고 있다. 그 오른편으로 푯대봉이 보인다. 35번 국도가 지나가는 골짜기의 고도가 높아 마치 영동 무량산길을 산책하는 느낌이 들었다. 건의령(일명 한의령)을 지나간다(06:06). 고려말 삼척으로 유배온 공양왕이 살해되자 신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서 관모와 관복을 걸어 놓고 더 이상 벼슬길로 나가지 않을 것을 다짐하여 건의령이 되었다고 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 올라간다. 푯대봉갈림길에 이르러 푯대봉에 오르지 않고 우측 급사면길로 내려간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된비알의 오르막길로 힘겹게 올라 무명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가야 할 1055봉이 저멀리 높게 보인다. 1055봉 오름길에서, 댓재에서 출발하였다는 단체종주객들을 만났다. 1055봉을 지나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내려간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비박용 비닐을 바라보니 한숨이 나온다.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비양심적인 인간들은 영원히 입산금지시켜야 한다. 9명의 남편을 모시고 살아야만 했던 팔자가 드센 여인의 전설이 전해오는 구부시령에 이른다(09:10). 오늘 대간길 절반을 걸어 온 셈이다. 등로 주변에는 야생화가 노랗게 피어 있다. 펑퍼짐한 새목이 안부를 지나 힘겹게 오르자 덕항산이다(09:39). 옛날 삼척주민들이 이 산을 넘어오면 화전을 할 수 있는 편편한 땅이 많아 덕메기산이라고 불렀는데 한자로 덕항산이 되었다고 한다. 우측으로 환선굴이 있는 대이리계곡과 함께 능선 좌측으로 광할한 배추밭의 고위평탄면을 간직한 대간줄기가 흐릿하게 조망된다. 덕항산을 지나자 예수원과 대이리 골말로 내려가는 사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마루금 동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인 반면에 서쪽은 완만한 동급서완의 지형이다. 오른편(동쪽)으로 발을 잘못 디뎠다간 그대로 황천길이다. 안전을 위하여 경고판과 목책을 많이 설치하여 놓았다. 환선봉(일명 지각산)에 올라(10:39) 등로를 벗어나 전망대에 이르자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환선굴이 있는 깍아지른 듯한 험준한 산줄기와 깊고도 깊은 대이리계곡을 바라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그 높은 곳에 고랭지 배추밭과 함께 마을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환선굴과 대금굴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환선굴은 국내에서 가장 큰 노년기 석회암 동굴로 굴 안에 물이 많이 흐르고 있으며 폭포도 있다. 작년 7월8일 가족과 함께 환선굴 관광을 하였다. 석회암지대인 이 산자락에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동굴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진행하자 산나물을 케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환선굴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자암재를 지나(11:19) 1036봉 오름길에서 허기가 져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당 김치가 맛은 없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물에 말아 뚝딱 해치웠다. 바람이 많이 불어 장갑을 벗으니 손이 시렵다. 1036봉을 지나 내려오자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강풍과 함께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얼굴이 따갑고 몸이 휘청거릴 정도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가운데 고원지대에 자리한 귀네미골 부락과 광할하게 펼쳐진 배추밭을 바라본다. 광동호를 만들면서 수몰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여 고랭지 채소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눈보라를 맞아가며 정신없이 진행하자 바지와 자켓이 흠뻑 젖고 면장갑이 젖어들어 손이 시려웠다. 우측가장자리로 난 대간길을 따라 올라서자 농로가 나오고 농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다시 산길로 이어진다. 대간표지기가 길안내를 잘 해주어 거대한 물탱크가 있는 1058.6봉에 도착하였다(12:36). 하산길 좌측편으로도 계속하여 배추밭이 펼쳐진다. 자동차 한대가 서 있는 농로를 따라 걸어간다. 눈이 비로 변하여 이슬비가 내리더니 이제 그쳤다. 가야 할 1062봉이 뾰족하게 보인다. 동쪽을 바라보니 많은 산자락이 고도를 급히 낮추면서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날이 좋으면 삼척시내와 함께 푸르른 동해바다가 보이련만... 기상청에서 맑겠다고 일기예보 하였으나 오보가 되어 버렸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큰재에 이르러 농로를 벗어나 1062봉으로 올라간다. 이후로 산책로같은 부드러운 대간길이 이어진다. 1059봉에 이르러(13:48) 가야할 산줄기를 바라보니 서너봉우리가 보이는데 마지막 봉우리가 황장산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1105봉이었다. 1059봉 하산길에 엘레지꽃이 화원을 이루고 있다. 1105봉에서 내려 섰다가 다시 올라가자 마지막 봉우리인 황장산에 이른다(14:52). 황장산에는 황장목으로 보이는 늘씬하게 자라 있는 소나무가 더러 보인다. 다음에 가야할 두타산이 높게 바라다 보이고 424번 지방도로가 삼척에서 댓재로 굽이굽이 산자락을 휘감고 힘겹게 올라오고 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급경사 하산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오니 댓재이다(15:10). 다행이 댓재에는 산불감시원이 보이지 않고 산악회에서 온 관광버스 한대가 맞은편 도로에 서 있다. 오늘 산행은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고도차가 크지 않은 비교적 순탄한 길이 대부분 이었지만 온종일 강풍속에서 때 늦은 춘설까지 맞아가며 겨울산행이 되었다. 또한 간만에 장거리 산행을 한탓에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조금 아프지만 염려하였던 무릅통증이 없었다. 댓재휴게소 아주머니의 트럭 택배로 태백에 도착하였다(차비 3만원). 하장면 지대의 고도가 워낙 높아서 차창 너머로 좌측편의 대간줄기를 바라보니 동네뒷산으로 보였다. 영동지방의 삼척쪽에서 바라보면 고봉준령으로 보일 터인데 말이다. 금년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사경을 해메는 멧돼지를 많이 잡아 포식을 하였다고 한다. 영동에는 벚꽃이 진지 한참되었는데 태백시내에는 이제 벚꽃이 활짝 피어 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예매한 차표를 교환하여 무궁화 열차로(태백에서 16:16, 제천에서 18:15, 대전에서 20:48)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