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25차(댓재-두타.청옥산-백복령)

덕유평전 2008. 5. 14. 20:25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25차 (댓재~백복령)

1.위치: 강원도 태백시, 삼척시, 강릉시, 정선군 소재

1.대간상 주요산: 두타산(1,353미터), 청옥산(1,404미터), 상월산(980미터)

1.산행일시: 2008.  5.  11. (일).

1.날씨: 구름 많음

1.산행코스: 댓재-햇댓등-목통령-두타산-박달령-청옥산-연칠성령-고적대-갈미봉-이기령-상월산-원방재-1022봉-백복령

1.산행시간: 16시간(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1.이동거리: 29.1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555.27킬로미터)


종주전날

석가탄신일 연휴를 맞아 대간산행을 하였다. 이번구간은 당일 구간중 가장 거리가 멀고 힘이 드는 구간이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집에서 나섰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무릉계곡을 보듬고 있는 두타.청옥의 명산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마냥 설래였다. 지난번과 같이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실었다(영동에서 15:55, 대전에서 16:55, 제천에서 19:31). 해가 저문 가운데 제천역에 내리니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에 바람이 쌩쌩 불어 추웠다. 15분의 짧은 시간을 이용하여 가락국수로 요기를 하고 강릉행 열차에 환승하여 밤 9시반 가까이 되어 태백에 도착하였다. 역근처 식당에서 된장찌개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댓재휴게소 사장님께 택배요청하여 트럭으로 댓재휴게소에 도착하였다(택배비와 숙박비 각 3만원). 날씨가 추워 오늘 아침 물이 얼었다고 한다. 내일 아침과 점심식사는 대충산사 박달령 고문님이 개발한 누룽지로 준비하였다. 락앤락 밀폐용기에 누룽지와 물을 붓고 3-4시간 경과하면 누룽지가 불려져 있어 식사가 가능하다. 식사준비시간이 절약되고, 가볍고, 쉽게 변질이 안되는 세가지 장점이 있어 하절기식사로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휴게소 사장님이 누룽지를 더 건네 주면서 대간중 가장 힘이 드는 구간이므로 무리하지 말고 체력안배에 신경쓰라면서 거듭 당부한다. 잠자리가 바뀐 탓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종주당일

1. 두타에서 바라보는 구름바다와 고적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

일찍 기상하여(02:45) 화장실에 가려고 밖을 내다보니 많은 산님들이 버스에서 내려 렌턴불을 키고 두타산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다. 맑겠다는 일기예보와 다르게 구름이 많이 끼었는지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썰렁하여 자켓을 입고 산행을 시작하였다(03:10). 어둠속에 렌턴불에 의지한 채 댓재 산신각 앞으로 난 대간길을 따라 올라간다. 쭉쭉 뻗은 아람드리 소나무도 보인다. 햇댓등에 올라서자(03:30) 운무속이라 사방이 뿌옇다. 다시 내려서자 댓재에서 올라오는 일반등산로와 합쳐진다. 구름이 끼었다가 벗겨졌다가를 반복한다. 오른편으로 동해시내의 새벽 불빛이 아련히 내려다 보인다. 삼각대가 있으면 저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데.... 동해시내의 야경을 벗을 삼아 운무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능선길을 따라 걸어간다. 여명이 밝아 오면서 두타산과 청옥산의 둥그스름한 모습이 보인다. 날이 새면서 렌턴을 소등하였다(04:52). 무명봉에 올라 바라보니 1243봉과 함께 두타산의 모습이 육중한 몸매로 다가온다. 온갖 새들이 잠에서 깨어나서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다. 목통령(통골재)을 지나(05:12) 가파른 오름길로 올라간다. 오른편 잡목숲 사이로 아침해가 떠 오르고 있다. 뒤돌아 바라보니 지나온 대간줄기가 운무 사이로 겨우 보인다. 힘겹게 1243봉에 올라서자 두타산 오름길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좌측 편으로 청옥산이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정상 가까이에 이르자 대구에서 온 단체 대간 산님들이 뒤따라 올라온다. 두타산 정상에 올라(06:13) 사방을 바라보니 황홀한 광경이 펼쳐진다. 사방팔방으로 망망대해의 구름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가야 할 청옥산과 고적대 그리고 갈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구름위에 두둥실 떠 있는가 하면 북쪽으로 아득히 뻗어나간 대간줄기 너머 대관령에 있는 풍차가 아슴아슴 조망된다. 사진기를 2대나 준비하여 니콘카메라(D40x)로도 찍었다. 날씨가 추워 정상에는 서리가 내려 하얗다. 두타산에서 하산하면서 바라보니 무릉계곡이 깊고도 깊게 보이고 멀리 동해시내와 함께 동해바다가 흐릿하게 보인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고도감을 더한다. 지난번 무릅부상 이후 특히 내리막길에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어간다. 워낙 발걸음이 느린 편이라 많은 등산객들로부터 추월당하였다(온종일 내가 추월한 산행객은 한명도 없었다.). 허기가 져서 누룽지백반으로(반찬은 쇠고기장조림과 멸치볶음) 아침식사를 하였다. 조금 걸어가니 박달령 고개에 이른다(07:44). 나의 대간 스승이신 대충산사 박달령 고문님의 닉을 여기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 박달령을 지나자 한동안 좌측편 너덜 사면길이 이어진다. 다시 꾸준한 오름길로 올라 학등을 지나자 오늘의 최고봉인 청옥산 정상에 이른다(08:30). 정상에는 서울에서 단체로 온 대간 산님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청옥산은 잡목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시원하지 않다. 아직도 나뭇가지에는 잎이 나오지 않아 앙상하기만 하다. 정상근처 샘터에는 가물어서 그런지 파이프에 물이 흘러 나오지 않고 고인물만 있다. 비상용으로 식수를 보충하였다. 청옥산 하산길에서 바라보니  가야 할 고적대 암봉이 뾰족하게 보인다. 연칠성령에 이르러(09:20)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오른편 계곡길로 내려가면 그 유명한 무릉계곡이 나온다. 아직까지 무릉계곡을 가 보지 않았다. 올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무릉계곡으로 피서를 하여야 하겠다. 고적대에서 갈미봉에 이르는 오른편 무릉계곡 쪽으로 험준하게 펼쳐진 암릉이 장관이다. 맑은 날씨에 다소 차가운 바람이 불어 땀을 흘리지 않았다. 좌측편 전망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서쪽 방향으로는 연두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이름모를 산자락이 겹겹이 아름답게 보인다. 지나온 청옥산이 우람한 자태를 보이고 저 멀리 태백에 있는 함백산에서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대간줄기가 희미하게 보인다. 많이 걸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적대 오름길은 된비알의 암릉길이다. 오래된 동아줄의 로프가 있으나 로프 없이도 충분히 올라 설 수 있다. 지나온 소백산 도솔봉 오름길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고의 전망대이자 신라의 고승인 의상대사가 수행을 하였다는 고적대에 당도하였다(10:07). 지나온 두타산과 청옥산 정상 부근은 한운에 가려 있고 골이 깊은 무릉계곡은 푸르름을 더해주는가 하면 저 멀리 동해시내와 함께 동해바다가 조망된다. 특히 갈미봉 능선쪽 암릉이 더욱 멋이 있다. 고적대에서 갈미봉에 이르는 구간은 동급서완형의 지형이다. 무릉계곡이 있는 마루금 오른편으로는 기암과 함께 매우 가파른 산세를 유지하고 있다. 바위암릉의 절경을 바라보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나온 두타산에서 청옥산으로 흘러가는 대간줄기의 모습이 파도치는 듯하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휴식을 취할 겸 빵과 두유로 간식을 하였다. 갈미봉에는 정상표지석이 없다(11:49). 1143봉을 좌측편 너덜 사면길로 우회하여 내려온다. 다리가 많이 아파 휴게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후로 이기령에 이르기까지 부드러운 내리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계절의 여왕답게 등로 주변에는 많은 철쭉나무가 연두색의 옷으로 갈아입어 싱싱함을 더해주고 군대군데 연분홍의 철쭉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가끔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뻗은 금강송도 보인다. 자연미가 살아 넘치는 넉넉한 대간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순간만큼 나 자신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정성스럽게 돌을 깔아 놓은 대간길도 지나간다. 이기령에 이르니(13:42) 휴게의자와 함께 산림청에서 세운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고 좌측편으로 임도가 보인다. 이기령 이정표에 백복령이 10.1킬로미터라고 씌여있다. 다시 걸음하여 올라서니 헬기장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가짜상월산(970.3봉)에 이른다(14:12, 나는 처음에 이곳이 상월산인줄 잘못 알았다.). 정상 부근에서 누룽지백반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급경사로 내려 가다가 다시 급사면으로 올려친다. 오른편으로는 줄곧 험준한 산세를 보이고 있다. 상월산정상을 모르고 지나쳤다. 암릉길 너머로, 가야할 1022봉이 덩치큰 모습으로 보이고 그 사이로 200여미터나 푹꺼진 원방재가 보인다. 미리 예습을 하여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던 터이지만 한참 내려 갔다가 다시 힘겹게 오를 생각을 하니 기가 막힌다. 저 멀리 산자락을 타고 험준하게 백복령으로 올라가는 도로가 보인다. 급사면길로 한참 내려오니 원방재이다(15:30). 벌써 산행한지 12시간이 넘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원방재 좌측편으로 포장된 임도가 보인다. 무거운 몸으로 힘겹게 완만한 오름길을 따라 올라간다. 전망이 있는 바위에서 바라보니 지나온 상월산이 바위절벽을 자랑하며 험준하게 서 있고 멀리 동해시내가 조망된다. 무명봉을 지나 다시 올라간다. 등로는 양호한 편으로 오름길에는 목재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힘겹게 올라서자 헬기장이 있는 1022봉이다(16:44). 한참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오름길에 좌측편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 지나온 1022봉을 바라보니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몸은 지쳐 있는데 오르내림은 지루할 정도로 끝없이 반복된다. 자동차 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려 오면서 철탑을 지나 내려서자 오늘의 종착지인 백복령에 당도한다(19:10). 천천히 거북이걸음으로 걷다보니 산행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백복령에는 강릉시 옥계면에서 정선군 임계면으로 42번 국도가 지나가고 있다.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편이다. 경방기간 중이라 줄로 막아놓은 다음 산행 들머리를 확인하였다. 동해개인택시(홀대모회원이신 심화진 기사님)를 호출하여 동해로 내려왔다(2만원). 심기사님은 미시령에서 진부령구간의 마지막 구간만 남았다고 한다. 어둠이 내리는 가운데 차창 너머로 지나온 대간자락을 바라보니 고봉준령으로 바라보인다. 시외버스터미날 근처에는 식당과 숙박시설이 없다고 한다. 심기사님과 작별하고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백반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찜질방(화정원)에 들려 싸우나로 산행피로를 풀고 일박하였다(7,000원). 너무 피곤하여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부처님오신날인 다음날, 강릉을 경유하는 대전행 시외버스(07:28 첫차)에 탑승하였다(차비 16,700원). 대간자락은 짙은 운무에 잠들어 있고 푸르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니 몸은 무겁지만 가슴이 후련하였다. 대전에서 무궁화열차(12:05)로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