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7차(부항령-삼도봉-우두령)

덕유평전 2007. 3. 28. 12:55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7차 (부항령~우두령)


1.위치: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백수리산(1,034미터), 삼도봉(1,176미터), 석교산(1,207미터)

1.산행일시: 2006. 12. 10. (일)

1.날씨: 쾌청하게 맑음

1.산행코스: 삼도봉터널-부항령-백수리산-1170봉-사거리-삼도봉-삼마골재-밀목재-1175봉-석교산(화주봉)-우두령(질매재)

1.산행시간: 10시간(휴식시간 포함)

1.이동거리: 19.25킬로미터


1.설화가 만발한 순백의 대간길을 걸었다.

지난주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오던 궂은 날씨가 밤새 개여 오늘은 쾌청하게 맑은 날씨를 보였다. 새벽 5시20분에 기상하여 산행준비와 아침식사를 마치고 승용차로 처와 함께 집에서 출발한지 1시간만에 부항령이 있는 삼도봉터널입구에 도착하였다. 반짝 추위로 강풍이 부는 무척 추운 날씨이다. 입구에는 팔각정과 함께 휴게시설 그리고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김천시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다른 고개에도 갈끔하게 시설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장실에 들려 해우를 하고 나오니 이가 부딪힐 정도로 춥다. 처와 작별하고 산행을 시작한다(07:30). 부항령 오름길에 동녘하늘을 바라보니 구름한점 없는 맑은 날씨속에 오늘의 해가 떠 오른다(07:39). 한국천문연구원에 의하면 오늘 일출시각이 07:28, 일몰시각이 17:13으로 나와 있다. 겨울의 하루 해가 무척 짧기만 하다. 조금 올라서자 대간길인 부항령 공터에 이른다(07:41). 올라 가다가 뒤돌아보니 삼봉산과 대덕산의 높은 산자락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아마도 800고지 이상은 비가 오지 않고 눈이 내렸나 보다.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길은 무명봉을 생략하는 우회로 길이다. 대간길은 직진하여 능선길로 올라 좌측에 있는 무명봉에 먼저 올라 우측의 백수리산으로 이어진다. 무명봉 오름길 나뭇가지마다 설화가 만발하여 너무 아름답다. 무명봉 정상에 오르자(08:30) 서울에서 온 대간꾼 11명이 휴식을 취하면서 눈꽃을 감상하고 있다. 중학교 동문들로서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다. 지난 9월부터 대간종주를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새벽에 덕산재에서 출발하여 우두령까지 간다고 한다. 내가 혼자 대간종주한다고 하였더니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다. 정상에는 눈꽃이 활짝피어 온통 하얗다. 모두들 설경을 카매라에 담느라고 여념이 없다. 가파른 눈길의 하산길을 바라보니 아이젠 없이는 걷기 힘들겠다. 이곳 정상에서 체인젠을 착용하였는데 온종일 눈길을 걸었다.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 오다가 다시 올라간다. 좌측편 계곡에는 목장이 있는지 소 울음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온다. 한참 올라가니 헬기장이 있는 백수리산 정상에 도착한다(09:05). 정상에서 바라보니 덩치 큰 덕유산이 슬로프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위용을 자랑하며 늠름하게 뻗어 있고 좌측편으로 지난번에 걸었던 덕유삼봉산과 삼도봉 대덕산의 모습이 하얀 옷으로 갈아 입어 설산의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번에는 구름이 끼어 제대로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은 너무나 잘 보인다. 서울에서 온 산님들에게 덕유산과 함께 대간상의 산이름을 가리키며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더니 고마워한다. 정상에서 가파른 길로 내려서다가 정면을 바라보니 오늘 걸어야 할 1170봉에서 삼도봉으로 향하는 대간능선과 함께 석기봉의 모습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멀리 1175봉과 화주봉의 모습도 뚜렷하다. 가파른 내리막길로 한참 내려 가다가 서울에서 온 산님들을 모두 추월한다. 오늘은 앞에 간 사람이 없는지 눈길에 발자국이 없다. 푹신한 솜이불같은 눈을 밟으면서 작은 산등성이를 몇 개 넘어간다. 설화가 곱게 핀 나뭇가지 사이로 1170봉 산자락이 청명하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새하얀 모습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된비알의 가파른 오르막길로 올라서자 전망 좋은 봉우리에 이른다(10:30). 뒤돌아보니 오늘 걸어 온 능선과 함께 멀리 수도산과 함께 가야산이 오똑하게 잘 보인다. 설화가 곱게 핀 능선길을 따라 1170봉에 이른다. 삼도봉에서 석기봉, 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또한 겨울옷으로 갈아 입었다. 설화가 핀 싸리나무가 등로를 가로막아 다소 성가시게 한다. 잡목나뭇가지 밑으로 엎드려 걸어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잡목 구간이 삼도봉 안부 4거리까지 계속된다.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서자 등로가 완만해지면서 국립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든 통로가 나온다. 눈의 양이 많아 발목까지 쌓여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자락은 물론 온통 하얗게 빛나는 순백의 세계이다. 삼도봉까지 금방 갈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멀다. 사면길을 걷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 여러 봉우리를 넘어간다. 다시 내려가니 삼도봉 안부 4거리에 도착한다(11:54). 우측 해인리쪽에서 삼도봉을 산행하는 산님이 한분 올라온다. 여기서부터는 등산로의 폭이 넓어지면서 고속도로와 다를 바 없다. 완만한 오름길로 올라서자 둥근 공모양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삼도화합탑의 모습이 보이면서 삼도봉에 도착한다(12:12). 백두대간상 지나 온 삼도봉이 두곳 있지만(지리산에 있는 삼도봉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를, 무풍에 있는 삼도봉은 경상남북도와 전라북도를 나누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그리고 충청도로 나뉘는 오리지날 삼도봉이 이곳이다.  경방기간 때문에 덕유산 구간을 건너 뛰긴 했지만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여 대간 마루금길을 따라 두발로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럽다. 삼도봉에는 수없이 올라왔던 곳이다. 그동안 민주지산을 산행하거나 삼도봉 산행을 위하여 올라 왔을 뿐 대간길을 따라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도봉 남녂으로 줄기차게 뻗은 대간길을 바라보면서 언제 걸어보나 했는데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특히 금년 여름에(8. 26.) 세용이와 민주지산 산행을 하면서 삼도봉에 들렸던 기억이 세삼스럽다. 삼도봉에서 바라보니 덕유산과 함께 지나온 삼봉산, 삼도봉(무풍), 대덕산과 함께 걸어 온 대간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백두대간을 하기 전에는 독립된 산으로만 인식되던 것이 이제는 산줄기로 각인된다. 뾰족한 석기봉과 오른쪽으로 이어진 민주지산, 각호산줄기를 바라보고 삼도봉에서 내려온다. 하산길에서 삼도봉과 민주지산에 오르는 산행객들을 많이 만났다. 계단길의 가파른 길로 내려오니 삼마골재 4거리에 이른다(12:37). 우측으로 내려가면 김천 부항면 해인리가 나오고 좌측으로 가면 그 유명한 상촌 물한계곡이 나온다. 대간길을 따라 직진하여 올라간다. 삼도봉에서 큰재까지 영동을 지나가는 대간길은 다녀갔던 길이라서 이제 낯설지 않다. 올라가다가 뒤돌아서서 바라보니 삼도봉에서 각호산까지 뻗은 민주지산 능선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단체로 온 대간산님들을 여럿 만난다. 1124봉에 도착하여(13:15) 바라보니 가야 할 1175봉과 화주봉이 가깝게 보인다. 내리막길에서 대간종주를 하는 부산에서 온 연로한 산님을 만났다. 한국의 산하를 애용하는데 닉내임이 ‘거북이부부’라고 하면서 부인은 토끼라서 앞에 갔다고 한다. 내 필명도 알려 주었다. 1175봉 암릉 하산길 상태를 물어보니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나 젖어 있어 장갑을 버렸다고 한다. 거북이부부님과 작별하고 한참 내려오니 안부인 밀목재에 이른다(13:40). 바람이 없는 이곳에서 곰탕에 햇반을 넣어 끓여 배추김치와 함께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후에 커피를 끓여 마시니 부러울 것이 없도다. 포만감을 느끼면서 밀목재에서 출발한다(14:15).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1175봉 가는길도 부분적으로 잡목구간이 많이 있어 성가시게 한다. 1175봉을 향하여 능선길을 걷다보니 폐광지역을 통과한다(15:05). 폐광지대라서 지반이 약하니 5미터 이상 떨어져 걸으라는 김천시장의 안내문이 있다. 오르락 내리락 한참 걸어가니 암봉으로 되어있는 1175봉에 도착한다(15:50). 화주봉이 지척에 보이고 멀리 덕유산과 함께 지나온 대간능선이 보이고 민주지산 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고 다음에 가야할 황악산의 모습이 우람하게 보인다. 정상에서 처에게 전화를 하여 17:20경 우두령에 도착할 예정이니 차를 가져 오라고 하였다. 1175봉 정상에서 하산길은 절벽길로 위험하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고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눈이 쌓인 바윗길로 내려 온다. 눈길이지만 아이젠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완만한 능선길로 내려 서다가 다시 올라간다. 옅은 구름이 끼면서 다소 어둑해지고 거북이부부님 이후로 만나는 사람도 전혀 없다. 적막강산이다. 땀을 흘리면서 올라서자 화주봉(석교산)에 도착한다(16:30). 정상에는 ‘석교산’이라고 적힌 정상표지석이 앙증맞게 서 있다. 사진을 찍다보니 밧데리를 교환하라는 멘트가 나오면서 더 이상 작동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예비밧데리를 가지고 다녀야 하겠다. 오늘 걸어 온 대간능선을 다시한번 조망한 다음 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온다. 가파른 하산길은 완만한 하산길로 이어지는데 걸구치는 잡목도 없는 양호한 등로이다. 한참 내려오자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보이지 않으면서 눈의 양이 적어지더니 눈길이 낙옆이 쌓인 흙길로 변한다. 다소 어둠어둠해질 무렵 우두령(질매재)에 도착하였다(17:30). 처가 약 25분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우두령에는 동물이동통로와 함께 소의 형상을 한 백두대간표지석을 설치해 놓았다. 하루종일 눈길을 걸어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온종일 순백의 설화를 보면서 설능을 걷는 산행이라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을 환상적인 대간 산행이었다. 갈 때와 올 때 깊고도 깊은 산골의 고갯마루까지 택배를 해준 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