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8차 (덕유산 종주, 육십령~빼재)
1.위치: 경남 함양군. 거창군, 전북 장수군. 무주군 소재
1.대간상 주요산: 할미봉(1,013미터), 서봉(1,492미터), 남덕유산(1,507미터), 삿 갓봉(1,419미터), 무룡산(1,492미터), 백암봉(1,490미터), 귀봉(1,400미터), 지봉(1,302미터), 대봉(1,263미터), 갈미봉(1,210미터).
1.산행일시: 2006. 12. 22. (금)~12. 23.(토) (1박2일)
1.산행코스: 육십령-할미봉-서봉(장수덕유산)-남덕유산-월성치-삿갓봉-삿갓재대피소(1박)-무룡산-돌탑봉-동엽령-안성계곡삼거리-백암봉-귀봉-횡경재-지봉(못봉)-월음령-대봉-갈미봉-빼재(신풍령)
1.총산행시간: 19시간10분(중식, 휴식시간 포함)
1.이동거리: 32.53킬로미터
종주 첫날(12. 22. 금요일)
1.날씨: 안개후 맑아짐(가스 많음)
1.산행구간: 육십령에서 남덕유산 등정후 삿갓재대피소까지
1.산행시간: 8시간
1.동짓날 밤새도록 삿갓재대피소에서 불어대는 강풍소리를 들으며...
그동안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경방기간에 걸려 빼 먹은 덕유산 구간을 지난주에 종주할려고 하였으나 눈이 내려 입산통제 되었고 토요일인 내일은 삿갓재대피소 예약이 꽉 차서 하루 앞당겨 1박2일로 종주하게 되었다. 처가 집에서 무주까지 바래다 주었다. 무주에서 8시10분 버스로 장계로 이동하여 기사님의 양해를 얻어 장계에서 부산가는 9시20분발 직행버스로(차비 1,700원) 육십령에 도착하였다. 짙은 안개로 희뿌연한 날씨를 보여 가까이 있는 깃대봉도 희멀건하게 보일 정도이다. 요즘 겨울날씨 치고는 푹한 편이나 능선에서 부는 바람은 차가와서 장갑을 벗으면 금방 손이 시려울 정도이다. 산행 들머리에는 몇 명의 산행객이 올라가고 있다. 채비를 갖춘 후 산행을 시작한다(09:40). 조금 올라서자 지난주 일요일에 내린 눈이 아직도 쌓여 있다. 안전제일로 체인젠을 꺼내 착용하였다(빼재까지 2일 연속 체인젠을 착용하였음). 금년 7월에 박달령과 함께 육십령에서 구천동까지 덕유산 종주한 기억이 새롭다. 여름에 갔던 길을 한겨울에 눈을 밟으면서 걸어가고 있다. 조금 가다보니 앞서 간 서울에서 온 대간꾼 5명의 젊은 남자들을 만났다. 이분들도 삿갓재에서 1박하고 빼재까지 종주한다고 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이분들을 추월하고 올라간다. 암릉이 나타나면서 할미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암릉길로 올라서자 할미봉 정상이다(10:53). 할미봉을 합미봉이라고도 부르는데 어느것이 정확한 것인지 모르겠다. 맑은 날씨라면 지리산과 함께 지나온 백운산과 영취산이 보여야 할 터 인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남덕유산 쌍봉은 구름(가스)에 가려 있어 그 모습이 보이지 않고 다만 덕유교육원과 영각사가 보이고 영각사에서 염불소리가 낭랑한 목소리로 들려온다. 염불소리를 들으면서 위험지대인 눈이 쌓인 급경사 바위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눈길이라서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두 번쩨 로프를 잡고 바위 사이로 내려 오자니 고약스럽다. 마지막 로프구간은 로프가 너무 짧아서 네발로 더듬거리며 내려왔다. 적설기인 겨울철에 는 내려 오기 위험한 구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러운 능선길로 바뀌면서 전체적으로는 오르막길이나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한참 올라서니 교육원3거리에 이른다(12:15). 이곳에서 뒤따라 온 서울 대간꾼 5명이 나를 추월하고 먼저 올라갔다. 가파른 길로 올라서자 헬기장이 나온다(12:34). 뒤돌아 서서 바라보니 멀리 할미봉과 함께 걸어 온 능선의 모습이 보인다. 등로는 점점 가팔라진다. 올라 가다가 허기가 져서 곰국에 햇반을 넣어 끓여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찬바람이 심하게 불어 방석커버며 장갑이 날아갈 정도이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올라간다. 한참 올라가니 전망좋은 바위가 나온다. 남덕유산과 함께 서봉이 의좋은 형제처럼 마주보고 서 있다. 내려 서다가 다시 한참 올라가니 암릉길로 변하면서 서봉이 가까이 다가온다. 서봉에 도착하자(14:35) 강풍이 불어 제대로 쉴 수가 없다. 3명의 산님이 서봉 아래에서 쉬고 있다. 철계단길로 내려서서 걷다가 남덕유산을 향하여 올라간다. 삼거리에 이르러 남덕유산으로 질러 올라가는 길로 올라선다. 이곳으로 올라간 사람이 거의 없는지 무릅까지 쌓인 눈에 깊이 패인 발자국만 있을 뿐이다(후에 알고 보니 전날 거산매님이 러셀을 해 놓은 곳으로 거산매의 발자국을 따라 올라간 셈이다). 게다가 된비알의 오름길이라 올라 가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 드디어 남덕유산 정상에 도착하였다(15:22). 날씨가 맑으면 덕유산까지 장쾌하게 이어진 덕유산 줄기가 한눈에 보이련만 오늘은 가스가 많이 끼어 삿갓봉과 함께 무룡산이 겨우 보일 정도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무척 춥게 느껴진다. 남덕유산 하산로는 러셀이 제대로 되어 있어 별 어려움이 없다. 한참 내려오자 월성재에 도착한다(16:02). 월성재에서 바라보는 삿갓봉은 여러개의 봉우리가 겹쳐 보인다. 사면길을 걷다가 오르락 내리락 삿갓봉을 향하여 올라간다. 올라가다 보니 황점으로 내려 간다는 부부산님을 만난다. 앞에 5명의 산님을 만났다고 일러준다. 뒤돌아보니 가스가 낀 상태에서 서봉으로 넘어가는 일몰의 광경이 너무 황홀지경이다(17:00). 다시 갈림길에서 가파른 오름길로 올려치자 삿갓봉 정상이다(17:20) 해는 져서 금방 어둑어둑해진다. 사무실과 집에 안부전화를 하고 삿갓봉에서 내려온다. 어둡기 전에 내려 갈려고 정신없이 내려오자 불빛이 보인다. 산악인의 오아시스인 삿갓재대피소이다. 대피소에 도착하니(17:40) 어둠컴컴하다. 입실자명부에 인적사항을 적고 모포를 3장 빌렸다(숙박료포함 1만원). 객실은 라디에이터로 방열하고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다. 취사장에서 서울 대간꾼 5명을 만났는데 나보다 40분 먼저 도착하였다고 한다. 김치찌개와 햇반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밖에는 윙윙 불어대는 강풍소리가 태풍이 지나가는 듯 요란스럽다. 오늘 산장이용객은 서울에서 온 산님 5명을 포함하여 6명으로 산장안이 썰렁하다. 실내가 생각보다 많이 따뜻하지 않아서 양말을 갈아 신은 채 모포를 깔고 일찍 취침하였다(19:20).
종주 둘째날(12. 23. 토요일)
1.날씨: 맑음
1.산행구간: 삿갓재대피소에서 빼재(신풍령)까지
1.산행시간: 11시간 10분
1.공룡처럼 꿈틀거리는 장쾌한 덕유의 주릉을 바라 보노라
새벽에 이르자 더 이상 난방이 되지 않아 다소 썰렁해진다.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밖에는 웬만한 물건을 날려 버릴듯한 강풍의 바람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새벽 3시경 서울에서 온 5명의 대간꾼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산장에서 출발한다. 이제 산장안에 나홀로이다. 누웠다가 4시 10분경에 기상하여 취사장으로 가서 불려 놓은 누룽지를 끓여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샘터에 가서 물을 떠 올려고 밖에 나가보니 산아래 황점 마을에 불빛이 반짝거리고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하다. 밤새도록 불어 댄 바람이 짙은 안개를 모두 날려 버렸나보다. 다시 산장 안으로 들어와서 채비를 갖춘 후 자리에 누웠다가 대피소에서 출발하였다(06:00). 체인젠을 착용하고 렌턴불을 키고 사방을 둘러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변덕이 심하다. 줄곧 눈이 쌓인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새벽안개가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다. 전과 다르게 무룡산 오름길에는 나무계단길을 설치하여 놓았다. 금년 여름에 이곳에 왔을 때에는 하얀 마대자루에 자재를 쌓아 놓았는데 그 후 계단 공사를 하였나 보다. 길게 이어진 계단길을 지나 올라 가다가 날이 점차 새면서 렌턴을 소등하였다. 사방팔방으로 안개가 자욱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완만한 능선길로 올라서자 무룡산 정상이다(07:12). 동녘하늘에는 해가 뜰려는지 안개속에 붉게 물들어 있다. 정상에는 강풍이 심하게 불어 정신이 없다. 무룡산에서 내려 오자 눈밭에 산꾼 2명이 침낭속에 비박을 하고 있다. 한 명은 자고 있고 한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추운 겨울에 눈밭에서 자다니.. 대단한 사람들이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다 보니 안개가 잠시 걷히면서 잡목 사이로 동녘하늘에 해가 떠 오른다(07:35). 휘몰아치는 안개구름 사이로 남덕유산이 보였다가 이내 자취를 감춘다. 곧 안개가 걷힐 듯 하면서도 걷히지 않는다. 그러나 등로의 나뭇가지마다 아침안개가 하얗게 설화(상고대)를 피워 놓았다. 부분적으로 산죽을 헤치고 나가야 하는 구간이 있어 다소 성가시지만 완만하면서도 순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돌탑봉을 지나(08:12) 한참 걸어가자 덕유산 종주를 하고 있는 나홀로 산꾼을 만났다. 향적봉 산장에서 1박하고 육십령까지 간다면서 남덕유산에서 육십령까지 길 상태를 물어 보길레 설명해 주었다. 한참 걸어가니 동엽령이 나온다(09:10). 왼쪽 계곡으로 하산하면 칠연폭포가 있는 안성계곡이 나오고 오른쪽 계곡으로 하산하면 거창 북상면 병곡리가 나온다. 동엽령을 출발하여 조금 올라가자 안개가 걷히면서 파아란 하늘과 함께 백암봉과 중봉의 모습이 보인다. 순식간에 그 많고 많은 안개구름은 자취를 감추고 청명한 하늘에 하얗게 상고대를 뒤집어 쓴 덕유산자락이 황홀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덕유산 산행을 온 여성산님들을 비롯하여 여러 산님들과 자주 만난다. 안성계곡 3거리를 지나간다(09:40). 그동안 안성계곡길로 올라 덕유산 산행을 많이 하였기에 이 길은 너무 눈에 익었다. 백암봉 오름길에서 뒤돌아보니 남덕유산 쌍봉과 함께 삿갓봉, 무룡산, 돌탑봉과 함께 걸어 온 덕유산 주능선이 장쾌하게 뻗어 있다. 바위로 이루어진 백암봉에 올라서자(10:25) 산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덕유평전과 함께 중봉과 향적봉이 보이고 동쪽으로 멀리 가야산과 함께 가야 할 대간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대간길에서 벗어 나 있는 중봉과 덕유산 정상(향적봉)을 바라만 보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간길로 접어든다. 백암봉에서 빼재까지는 이번이 초행길이다. 그래서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 대간길이라서 산행객이 적어서 그런지 등산로 러셀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무척 힘이 들었다. 깊히 패인 발자국을 따라 무릎을 높이 올려 걸어야 하니 체력소모가 클 수 밖에 없다. 정상표지석도 없는 귀봉에 도착하여(11:12) 뒤돌아 보니 남덕유산에서 백암봉을 지나 중봉, 향적봉에 이르기까지 힘차게 뻗어 온 덕유산 줄기가 한눈에 조망된다.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의 모습도 보인다. 송계사 계곡에서 올라오는 산님들과 자주 만난다. 양달진 곳에는 눈이 녹아 질퍽거리고 바람이 없는 곳에는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내려서자 안부인 횡경재에 이른다(12:07). 우측 계곡길로 하산하면 거창에 있는 송계사가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능선길을 따라 지봉(못봉)을 향하여 올라간다. 가끔씩 산님들과 마주친다. 눈이 없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리를 펴고 신라면을 삶아 점심식사를 하였다. 알맞게 익은 김장김치와 함께 먹으니 너무 맛이 좋았다. 어제와 오늘 산행하면서 점심식사할 때에만 앉아 있었지 그 외에는 한번도 앉아 쉰 적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한참 올라서자 지봉(못봉) 정상이다(13:45). 건너편에는 앞으로 가야 할 대봉을 중심으로 좌측편으로 투구봉과 우측편으로 갈미봉을 두고 높은 산자락을 이루면서 우람하게 서 있다. 뒤돌아 보니 백암봉에서 지나 온 대간 능선이 보이고 중봉과 향적봉이 하늘금을 긋고 있고 오른편으로 스키장 슬로프와 함께 설천봉이 보인다. 처에게 전화를 하여 5시경에 신풍령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지봉을 지나자 한참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내려 온 만큼 대봉으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내려오는 길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푹 꺼진 안부에 도착하니(14:25) 월음령이다. 월음령에서 왼쪽 계곡길로 내려가면 송어양식장이 있는 구천동 휴게소가 나오나 등반로가 폐쇄되어 있다. 한참 내려 왔으니 다시 올라가야 한다. 완만한 오르막 능선길을 따라 한참 오르고 또 오르자 대봉 정상에 이른다(15:10). 대봉에서 왼쪽으로 뻗은 투구봉 능선이 구천동계곡과 신풍령계곡을 가르고 있고, 오른편으로 갈미봉이 지척에 보인다. 북동쪽으로는 지지난번에 다녀 온 덕유삼봉산과 대덕산으로 대간능선이 계속하여 이어져 있다. 눈이 쌓인 능선길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서자 마지막 봉우리인 갈미봉에 이른다(15:48). 갈미봉은 잡목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별로이다. 갈미봉 하산로는 눈 쌓인 급경사 구간이 많아 체인젠도 소용없다. 쭉 쭉 미끄러져 나뭇가지를 붓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계속 내리막길도 아니고 무명봉과 함께 뾰족하게 솟은 빼봉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여야 한다. 끝까지 힘들게 하는구나! 한참 내려오자 자동차 소리가 가까이 들려 오면서 이윽고 오늘 산행의 종점인 빼재(신풍령)에 도착하였다(17:10). 빼재에는 붉은색으로 한자로 ‘수령(秀嶺)’이라고 적혀 있다. 백암봉부터 빼재에 이르는 구간은 기복이 심한 데다가 눈이 많아서 산행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 졌으며 양일간 계속 체인젠을 사용하여 다리, 허리, 어깨 안 아픈 곳이 없다. 백두대간 산행중에 이번이 가장 힘이 들었다. 썰렁한 신풍령휴게소에는 먼저 하산한 산님 3명이 차를 기다리며 서 있다. 신풍령휴게소에서 10분정도 기다리니 처가 도착하였다. 신풍령을 출발하여 내려 오다가 체인젠을 휴게소 마당에 놓고 온 것을 뒤늦게 알고서 다시 유턴하여 체인젠을 찾아 왔다. 내려오다가 리조트 들머리에서 성탄절 연휴를 맞아 스키장을 찾는 많은 차량들로 약 15분간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자 심신이 너무 피곤하여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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