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13차(갈령3거리-속리산-늘재)

덕유평전 2007. 3. 28. 17:52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13차 (갈령3거리~늘재)

1.위치:  충북 보은군, 경북 상주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속리산(형제봉(828미터), 천황봉(1,057미터), 문장대(1,054

                미터))

1.산행일시: 2007.  2. 19. (월).

1.날씨: 맑음

1.산행코스: 갈령-갈령3거리-형제봉-피앗재-속리산(천황봉)-신선대-문장대-입석바위-밤티재-696봉-늘재

1.산행시간: 11시간20분(휴식시간 포함)

1.이동거리: 20.62킬로미터(대간 19.42+ 접근 1.2)


1.696봉에서 바라보는 속리산 암릉의 실루엣.....

이번 산행에 앞서 속리산 문장대에서 밤티재 구간이 위험한 암릉구간이고 출입금지구역이라서 여러번 고심한 끝에 단속이 느슨한 설날다음날인 오늘로 거사일(?)을 잡았다. 금지구간을 새벽산행하여 역종주도 생각하여 보았지만 계속 북진하다가 남진한다는 것이 일관성이 없어 보일뿐더러 나약한 심기를 드러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오케이마운틴에서 얻은 정보와 화북택시기사의 전언에 의하면 관리공단에서 차량으로 밤티재에서 가끔씩 순찰을 한다고 하여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기상하여 탕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김밥천냥식당이 문을 닫아 김밥천국 식당에서 김밥 2줄을 구입하고 승용차로 어두운 새벽길을 달려 갈령고개로 이동하였다(1시간 10분 소요). 고갯마루에에 도착하니 날이 샐려고 먼동이 트기 시작한다. 렌턴불을 밝히고 산행을 시작하였으나(06:30) 곧 날이 밝아져 렌턴을 소등하였다(06:40).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올라간다. 지난번에 박달령님과 함께 내려올 당시에는 눈길이라 무척 힘이 들었는데 그동안 푹한 날씨로 눈이 모두 녹아 버렸다. 가파른 능선길은 점차 완만한 능선길로 바뀐다. 뒤돌아보니 해가 뜰려는지 대궐터산자락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다. 올라가다 보니 지난번 하산길에 잠시 알바했던 암릉길을 지나간다. 갈령3거리 오름길이 생각보다 힘이 들지 않았다. 하얀 구름바다위로 속리산 주봉인 천황봉과 함께 속리산 암릉연봉이 아침햇살에 노랗게 빛난다. 잡목 사이로 해가 떠 오르는 가운데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면서 올라서자 갈령3거리에 이른다(07:12). 낙옆이 쌓인 편안한 대간길을 따라 가다가 가파르게 올라서자 바위로 되어 있는 형제봉이 나온다(07:35). 정상에는 부러진 목재 정상표지목이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속리산과 구병산 쪽으로 구름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속리산 자락과 구병산이 섬처럼 떠 있다. 사바세계가 운해의 바다속에 잠들어 있다. 선계(仙界)에 와 있는 듯하다. 형제봉에서 하산하여 내리막길의 대간길로 접어들자 안개가 차 오른다. 편안한 등로를  따라 내려서자 피앗재에 이른다(08:20). 좌측길로 하산하면 보은군 내속리면 만수리 부락이 나온다. 인천에 거주하는 홀대모 다정거사님이 다음달에 이곳 만수동으로 이사와서 산속생활을 한다고 한다. 조만간 대간꾼들의 쉼터인 ‘피앗재산장’이 생길 것 같다. 오르락 내리락 편안한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커피 한잔을 타서 마시니 맛이 너무 좋다. 북진하다가 667봉에 이르러(09:00) 대간길이 북서쪽으로 휘어진다. 오른편 나무가지 사이로 장각동 마을이 보인다. 여러 봉우리를 넘지만 전체적으로 오르막길의 능선길로 이어진다. 속리산 천황봉이 지척에 보인다. 갈수록 점점 가팔라진다. 천황봉을 코 앞에 두고 안부에 도착하였다(10:47). 좌측길로 하산하면 대목리가 나온다. 전에(2004. 3. 1.) 처와 함께 대목리에서 속리산 천황봉을 왕복산행한 적이 있다. 마지막 된비알의 오름길로 힘겹게 올라간다. 천황봉 정상을 바라보니 스님 한분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그늘진 곳에는 눈이 얼어붙어 있다. 마침내 천황봉 정상에 도착하였다(11:12). 황악산 이후로 처음으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다. 정상에는 등산객 3명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산님들이다. 스님이 형제봉쪽을 바라보며 지그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다. 등산객 한분이 스님이 불상인줄 잘못 알았다며 귓속말로 얘기를 한다. 천황봉에서의 조망은 시원스럽다. 문장대에서 묘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이 기암괴석으로 파노라마를 연출하는가 하면 남쪽으로는 구병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가운데 그 너머 가스층 위로 덕유산과 민주지산 자락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곳 천황봉에서 한남금북정맥이 갈라진다. 천황봉에 떨어지는 빗물은 방향에 따라서 금강, 한강 그리고 낙동강으로 흘러 간다. 이제 천황봉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낙동강으로, 좌측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한강으로 흘러간다. 속리산 주능선길이 그늘진 곳에는 반들반들한 빙판길이고 양달진 곳에는 녹아서 질퍽거린다. 체인젠을 착용하고 천황봉에서 출발한다. 속리산은 바위천국이다. 천황봉에서 문장대 구간 산행은 작년에만 2번 다녀갔다. 작년도 첫산행으로 장각동을 기점으로 단독산행을 하였고, 추석연휴때 처와 함께 같은 코스로 산행한 바 있다. 천황석문과 입석대, 경업대 갈림길을 지나 신선대휴게소에 도착하여 컵라면을 사서(2,500원)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신선대 지킴이 진순이가 오늘도 어슬렁 거리며 왔다갔다 한다. 신선대 내리막길은 빙판길로 아이젠 없이 올라오는 산행객들이 조심스럽게 간신히 올라온다. 체인젠을 착용한 내가 성큼성큼 내려가자 부러운 듯 탄성을 지른다. 속리산을 찾은 일반산행객들과 조우한다. 문장대 휴게소에 이르자 설날 다음날인데도 많은 산행인파로 북적인다. 문장대 표지석이 있는 곳에 베낭을 내려놓고 문장대에 올랐다(13:30). 내려 가야 할 대간능선과 청화산 자락이 보이고 뾰족한 관음봉 정상에도 등산객들이 여럿이 모여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50만원 과태료에 처한다는 출입금지 표지목을 넘어 금단의 길인 대간길로 접어든다. 나홀로 금단의 길로 접어드니 뒤통수가 가려워지면서 마치 범법자의 기분이 들었다. 속리산부터 설악산에 이르도록 대간길을 막아 통제하는 곳이 많이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한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이어진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갈라져 반쪽인 것도 서러운데 그 반쪽을 두발로 걷고자 하는데 정부에서 왜 막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많은 대간 완주자들이 도둑산행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대간종주자들이 육체적으로 걷는 것도 힘든 데다가 정신적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 자연공원법(제28조, 제86조)에 저촉되지만 하여튼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가야만 한다. 헬기장을 지나 부드러운 산죽길로 등로가 이어지더니 구멍바위를 시작으로 암릉길이 이어진다. 뒤에서 사람 소리가 나길레 잔뜩 긴장을 하고 뒤돌아 보니 나이가 지긋한 일반산행객 5명이 올라온다. 이 길은 대간 암릉길로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하여 돌려 보냈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고 배낭을 먼저 올려 놓고 바위 틈새로 간신히 빠져 나온다. 이른바 개구멍바위이다. 이런 개구멍을 3개 정도 통과하여야 한다. 어떤 곳은 바위 사이에 나무가 걸쳐 있고 로프를 잡으면서 나무에 의지하여 내려서는 곳도 있다. 바위가 얼어 있어 번들거리고 바닥은 눈길이라 다소 미끄럽다. 로프가 안 얼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문장대에서 밤티재 구간에는 관리공단에서 대간표지기를 전부 제거하여 길을 �느라 우왕좌왕 하는 곳이 많았다. 이런 곳을 혼자서 야간산행한다면 십중팔구 길을 잃기 십상이다. 바위에 붉은색 패인트로 화살표 표시를 해 놓았는데 이를 잘 보고 진행하여야 한다. 암릉지대를 벗어나자 부드러운 등로로 바뀐다. 고도가 많이 낮아졌는지 눈이 보이지 않아 체인젠을 벗었다. 한참 내려오자 입석바위가 나온다(15:20). 입석바위에서 바라보는 속리산의 풍광과 백악산의 모습이 한폭의 진경산수화이다. 내려 오다가 휴식을 취하면서 배를 깍아 먹었다. 묘지를 지나 밤티재 가까이 이르자 다시 긴장감이 돈다. 밤티재에서 단속이 심하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예의주시하며 살펴보니 고갯마루에 사람이 없다. 지나가는 차소리에도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신속하게 밤티재를 통과하여(16:05) 가파른 오르막길로 정신없이 뛰어 오르니 다리는 땡기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느정도 올라서자 능선길이 완만해지고 안도감이 들면서 갈증을 느껴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밤티재에서 늘재에 이르는 대간길은 대부분 순한 편이다.  696봉 오름길에서 바위 위로 대간표지기가 보이는데 바위로 올라 가자니 발을 디디가가 애매하고 사면으로 질러 가자니 길도 없고 낙옆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잠시 방황하다가 잘 살펴보니 바위틈새로 개구멍이 보인다. 마지막 개구멍을 간신히 통과하여 696봉 정상에 올라섰다(16:50). 바위봉우리인 정상에서 뒤돌아 바라보니 덩치 큰 속리산의 모습이 황홀하다. 천황봉에서 문장대를 지나 서북능으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암릉이 하늘금을 긋고 있는 가운데 힘겹게 내려온 대간자락이 펼쳐져 보이고 그 아래로 밤티재 오름길의 포장도로가 일부 보인다. 696봉 하산길은 편안한 하산길이다. 정면으로는 다음에 가야 할 청화산이 보이고 좌측으로 백악산이 암릉미를 자랑하며 뽐내고 있다. 629봉으로 올라 섰다가 숲길을 따라 내려온다. 늘재에 이를 무렵 화북택시를 호출하였다(차비 1만원). 숲길을 따라 내려오자 산신각이 있는 늘재에 무사히 도착하였다(17:50). 화북택시기사는 그동안 건강이 안좋았는데 거의 회복되었다고 한다. 화북면소재지를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해질녁 속리산 연봉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