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11차(큰재-백학산-신의터재)

덕유평전 2007. 3. 28. 13:09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11차 (큰재~신의터재)

1.위치:  경북 상주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백학산(615미터)

1.산행일시: 2007.  1. 20. (토)

1.날씨: 맑음

1.산행코스: 큰재-회룡재-개터재-윗왕실재-백학산-임도-개머리재-지기재-

           신의터재

1.산행시간: 8시간45분(휴식시간 포함)

1.이동거리: 24.47킬로미터


1.非山非野의 호젓한 산책로같은 대간길을 걸었다.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는지 오늘이 대한임에도 바람마저 불지 않는 겨울날씨 치고는 춥지 않은 맑은 날씨를 보였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신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승용차로 큰재에 도착하였다. 텅 비어 있는 인성분교 운동장에 주차를 마치고 초행길에 가급적 야간산행을 피할려고 15분 정도 기다렸다. 가로등이 훤하게 비치고 있어 그리 으시시 하지는 않다. 렌턴불을 밝히고 큰재에서 출발한다(06:40). 학교와 학교관사 사이로 난 길로 진입하여 산길로 접어든다. 야산의 산등성이로 조금 올라 서다가 고만고만한 산책로같은 능선길로 이어진다. 오른편으로 넓은 평야지대에 자리잡은 공성면소재지의 새벽 불빛이 길게 행렬을 이루며 빛을 발하고 있다. 날이 밝아 오면서 렌턴을 소등한다(07:00). 이 구간을 산행하였던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잡목이 잔뜩 우거져 힘들었다고 하였는데 오늘 와서 보니 회룡재까지는 주변의 잡목을 모두 제거해 놓아 산행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었다. 아마 상주시에서 국수봉에서 회룡재에 이르기까지 대간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놓은 것 같다. 회룡목장으로 가는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로 내려 서서(07:05) 농로를 따라 걷다가 목장입구에서 대간길이 우측으로 꺽인다. 처음에 좌측편에 높은 산(542봉)이 대간줄기인 줄로 잘못 알았다. 대간표지기가 친절하게 등로를 안내하고 있다. 간간히 젖소울음소리와 닭이 홰치는 소리가 목장에서 들려온다. 오늘 걷는 구간 대부분 주위에 높은 산이 많아 대간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뿐 더러 잡목이 많아 조망이 시원하지 않았다. 걷다보니 비포장 농로가 지나가는 회룡재에 이른다(07:59). 회룡재를 지나 가다보니 앞에 높은 산자락이 나오는데 산릉으로 오르지 않고 우측 사면길로 길게 이어진다. 대간 지도상 우회로인 것 같다. 구름에 가린 해가 뒤늦게 밝은 모습으로 햇살을 비추기 시작한다(08:27). 사면길을 따라 내려서자 개터재에 도착한다(08:35). 왼편으로 효곡리 마을이 학교건물과 함께 보인다. 고만고만한 능선길을 오르내리니 영동의 무량산을 산책하는 느낌을 받았다. 좌측편 잡목 사이로 멀리 백화산 자락이 보이고 건너편에 백학산이 높이 솟아 있다.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따스한 햇살에 바람마저 불지 않으니 다소 더위를 느껴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겨울장갑도 벗고 면장갑을 끼고 산행하였다. 귤과 사탕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금 걷고 있는 대간능선이 넷째 고모님이 사시는 상주시 외남면 신상리에서 가장 가깝다. 지금 고모님은 뭐 하고 계실까? 백학산 자락을 바라보며 대간길은 반시계방향으로 올망졸망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걷다보니 윗왕실재에 도착한다(10:00). 윗왕실재에는 비포장 소로가 지나가는데 고개 못미처까지 포장이 되어 있고 고개에는 동물이동통로를 설치하여 놓았다. 등로는 자연스럽게 동물이동통로로 지나간다. 사람도 동물이니 이 길로 가야함이 당연하리라. 능선길은 어느덧 솔향기 그윽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몇 고개를 오르내리다가 마지막 된비알의 오름길로 올라간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바라보니 국수봉이 저 멀리 보인다. 가파른 구간을 지나자 평길과 다름없는 능선길이 남쪽으로 이어지고 등로에는 흰눈이 남아 있다. 마지막 봉우리에 이르니 백학산 정상이다(11:07). 백학산은 높이가 615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계속 낮은 산등성이를 걸어 온 탓에 상대적으로 꽤 높은 산에 올라온 느낌을 받았다.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시원스럽게 전망이 터진다. 북쪽으로 멀리 톱날능선의 구병산 자락 너머로 천황봉과 함께 속리산 자락이 보인다. 드디어 속리산이 보인다! 서쪽편 잡목 사이로 백화산이 덩치 큰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 오른편으로 팔음산이 보인다. 백화산 자락에 자리잡은 모서면 소재지 마을이 한가롭게 보인다. 정상에서 내려서자 널따란 임도가 나온다. 임도에서 내려다보니 함박골 마을이 정겹게 보인다. 대간길이 서쪽방향으로 꺽이면서 완만한 능선길로 길게 이어진다. 시장끼가 돌아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펴고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식후에 커피 한잔을 마시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 구간은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묘지를 부지기수로 만나고 농로길도 많이 걸었다. 농로길을 지나(12:45)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가까이에 꿩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날아 가고 또 한 마리가 날아간다. 농로길로 접어 들더니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개머리재를 통과한다(13:05). 개머리재는 펑퍼짐한 분지를 이루고 있어 고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낮은 산등성이로 올라서서 숲길로 이어진다. 날씨가 건조하여 낙옆길에 먼지가 많이 발생하였다. 급경사 내리막 흙길에서 그만 미끄러져 바지가 먼지를 잔뜩 먹어 희뿌연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가다보니 포도밭이 나오고 젊은 남자 3명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지나간다. 산길이 다시 농로길로 이어지고 포도밭과 민가 한 채가 있는 농로를 따라 내려오니 지기재이다(14:00). 전에 상주갈 때에 이 고개를 많이 넘나들었다. 당시 고개 좌우로 매달린 대간표지기를 바라보며 언제 나도 대간종주를 하나 했는데 지금 대간길로 가고 있다. 민가 몇 채가 나오고 오른편 푸르른 대나무숲 옆길로 대간길이 이어진다. 축사에는 흑염소와 닭이 따스한 오후햇살에 한가롭게 거닐고 있다. 사진을 찍으니 흑염소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낮은 산등성이를 넘으니 마을진입로인 시멘트포장도로가 나온다. 왼편으로 논을 끼고 마을진입로를 따라 대간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미루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안쪽에 금은골 마을이 보인다. 마을을 앞두고 우측 산등성이로 길이 이어진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바윗길로 이어진다. 바윗길이 나오면 본능적으로 뒤돌아보게 된다. 왜냐하면 전망이 터지기 때문이다. 뒤돌아 보니 백학산이 저만치 있고 국수봉이 아득히 멀리 보인다. 잡목이 많이 우거져 비록 조망은 없지만 낙옆이 쌓인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걷는다. 아래로 구불구불한 신의터재 도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기재 산장에 전화를 하니 신의터재에서 큰재까지 택배가 가능하다고 하여(차비 2만원) 택시비보다 5,000원 저렴하여 예약을 하였다. 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니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신의터재에 도착하였다(15:25). 신의터재의 원래 이름은 신은현으로 불리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김준신이 이 고개에서 의병을 모아 전공을 세우고 순절한 이후로 신의터재로 불리어 오고 있다고 한다. 오늘 산행은 장거리임에도 등산로 상태가 양호하고 날씨도 산행하기에 적당하여 별로 힘들지 않고 생각보다 짧은 시간내에 종주하였다. 하루종일 산행객 단한명도 만나지 못 하였다. 이제 대간산행의 1/3을 마친 셈이다. 때마침 예약한 승합차가 도착한다. 차에 오르자 마자 산장주인님(장종수님, 054-533-2579)이 따끈한 커피 한잔을 타서 건네준다. 서울이 고향이나 산이 좋아서 대간산행객을 위하여 불과 몇 년전에 지기재 근처에 산장을 오픈하여 운영한다고 한다. 홈페이지를 운영한다며 검색어 ‘지기재산장’으로 클릭해보라고 권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큰재에 도착하였다. 운동장에는 내 차 이외에 다른 차 한대(후에 알고보니 처형과 함께 대간종주하는 수원에서 오신 사니조은님의 차였다.)밖에 없다. 백두대간상에 있는 유일한 학교인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는 1949. 11. 9. 개교하여 597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7. 3. 1. 폐교되었다고 한다. 10년 가까이 폐교된 을씨년스런 건물을 살펴보고 내려 오다가 살짝 얼어 있는 상판저수지를 구경하고 귀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