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백두대간종주기

백두대간 종주 20차(벌재-도솔봉-죽령)

덕유평전 2007. 10. 6. 14:53
 

                     백두대간 종주산행기


제20차 (벌재~죽령)

1.위치: 충북 단양군, 경북 문경시. 예천군. 영주시 소재

1.대간상 주요산: 문복대(1,074미터), 도솔봉(1,315미터)

1.산행일시: 2007.  10. 3.(수) ∼10. 4.(목) (1박2일)

1.산행코스: 벌재-문복대-저수재(1박)-촛대봉-시루봉-배재-싸리재-뱀재-솔봉-묘적령-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

1.총산행시간: 15시간30분(휴식 및 중식. 알바시간 포함)

1.이동거리: 26.24킬로미터(누적 대간거리: 403.59킬로미터)


종주 첫날( 10. 3. 수요일)

1.날씨: 흐림

1.산행구간: 벌재에서 저수재까지

1.산행시간: 2시간 40분

개천절 공휴일을 맞아 하루 휴가를 내어 벌재에서 죽령까지 1박2일로 대간산행하기로 하였다. 영동에서 08:50 무궁화열차로, 김천에서 09:45 시외버스로 점촌터미날에 도착하였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들녘이 어느새 황금벌판으로 변하고 있다. 택시로 점촌시내버스터미널로 이동하였다. 마침 점촌 장날이라 시장통은 많이 붐비고 버스손님 대부분 노인들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 터미널근처 식당에서 순대국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12:15 출발하는 시내버스로 동로면에 도착하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고 높은 산자락은 구름에 잠겨있다. 밤늦게 비가 조금내리고 내일아침에 개인다는 일기예보이다(우리나라 기상청 예보는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다.) 동로택시를 호출하니 택시가 점촌에 나가 있다며 트럭으로 벌재까지 이동하였다. 동로면 부락은 오미자 농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차비를 지불하려하자 극구 사양한다. 아직 훈훈한 시골인심이 남아 있는듯하다. 통제구간이기도 한 벌재고개에는 감시하는 공단 직원이 보이지 않는다. 벌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13:30). 낮은 산등성이를 넘어 계단길을 따라 임도로 내려 섰다가 다시 계단길로 올라간다. 822봉으로 올라 섰다가 내려서니 묘지와 안부를 지나 다시 가파르게 올라간다. 1020봉에 올라서자(14:37) 구름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나번에 이어 이번 산행도 일기가 좋지 않아 조망이 없는 산행을 하였다. 문복대가는 길에는 위험하지 않은 암릉구간이 더러 나온다. 암릉구간에서 바라보니 문경 동로면 마을이 구름속에 흐릿하게 보인다.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걸어가자 문복대 정상에 도착한다(15:12). 정상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다. 호젓한 등로를 따라 한참 걸어가자 왼편 숲사이로 소백산 관광농원 건물이 보이고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임도로 내려오니(15:54) 표지판에 장구재라고 적혀 있다. 왼편으로 내려가면 관광농원으로 가는 길 같다. 표지판에는 이곳을 지나간 홀대모 대간선배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나도 ‘071003 덕유평전’이라고 흔적을 남겨 놓았다.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어서자 저수재에 당도한다(16:10).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저수재는 경북 예천군에서 충북 단양군으로 넘어가는 해발 850미터의 높은 고개이다. 높은 고개를 넘어 갈려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고 하여 저수재가 되었다고 한다. 저수재휴게소에서 민박을 치른다고 하나 3만원을 달라고 하여 가까운 소백산관광농원에서 일박하기로 하였다(숙박비 3만원). 관광농원은 단양축협에서 운영하는데 건너편 산자락에 한우를 키우는 목장이 있다. 가끔씩 소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숙소는 원룸식으로 샤워실은 물론 취사시설까지 되어 있다. 된장찌개백반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티브이를 시청하니 남북정상회담뉴스가 주종을 이룬다. 일찍 취침하려고 하여도 잠이 오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보니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터인데....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뒤늦게 잠이 들었다(23:20).


종주 둘째날(10. 4. 목요일)

1. 날씨: 흐리고 오전 한때 가랑비

1. 산행구간: 저수재에서 죽령까지

1. 산행시간: 12시간 50분

1. 구름 속에서 대간길에서 벗어나 한시간 반동안 알바하다.

핸드폰 알람 소리에 기상하여(03:30) 곰탕에 햇반을 넣고 끓여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새벽운무가 자욱한 가운데 해드렌턴에 불을 밝히고 비에 젖은 도로를 따라 10분정도 올라가자 저수령이다. 비는 내리지 않으나 구름이 잔뜩 껴 있어 사방이 뿌옇다. 저수령에서 들머리로 진입하여 산행을 시작한다(04:20). 왼편 숲 사이로 멀어져 가는 관광농원 불빛을 바라 보면서 급경사 길로 올라간다. 등로가 완만해지면서 촛대봉에 도착한다(04:52). 1076봉으로 생각되는 투구봉을 올라갈 무렵 근처에서 염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이 깜깜한 새벽에 웬 염소? 염소가 아니라면 어떤 동물일까? 조금 올라서자 등로 좌측 편에 렌턴불빛에 반사되어 움직이는 두 눈빛이 보인다.. 순간 긴장이 되고 겁이 난다. 혹시 멧돼지가 아닐까? 불을 껏다가 다시 켜기를 여러번 반복하자 부스럭 거리면서 움직인다. 모르는 척하고 등로를 따라 올라서니 투구봉 정상이다(05:09).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니 등로 전면에 또 눈빛이 반사된다. 다시 긴장감이 돈다. 약 20분 정도 오도가도 못하면서 렌턴불을 수차례 점등을 반복한다. 두 눈을 가끔씩 움직일 뿐 전혀 움직일려고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 자세히 살펴보니 그 동물은 등로를 벗어나 있는 것 같고 일단은 멧돼지는 아닐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모르는 척하고 등로를 따라 내려간다. 이 바람에 약 30분 정도 지체되었다. 대부분 흙길인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걷는다. 밤새 내린 비로 등로 주변의 잡목들이 젖어 있어 바지가 금새 젖어온다. 시루봉을 지나(05:52) 날이 밝아 오면서 렌턴을 소등하였다(06:10). 1084봉을 지나 내리막길 우측편으로 잣나무가 빼곡히 자라 있다. 계곡 쪽에서 멧돼지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첩첩산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배재를 지나(06:47) 1059봉을 올라 섰다가 내려서자 싸리재가 나온다(07:20). 사방이 구름 속이라 희뿌연 하다. 1033.5봉으로 생각되는 흙목 정상 가까이 오름길에 이르자 어두워지면서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침에 개인다는 기상청일기예보와 전혀 딴판이다. 비닐우의를 꺼내 입고 흙목 정상에 올라섰다가(08:00) 내려가니 예천군에서 설치한 빨간색의 산불조심 현수막이 걸려 있고 조금 걸어가자 송전탑을 지나간다(08:20). 오르락 내리락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한참 걸어간다. 삼각점이 있는 무명봉을 지나(09:24) 내려오자 ‘묘적령 1.7킬로미터,모시골마을 1.7킬로미터, 저수재 9킬로미터’라고 씌여진 이정표가 나온다(09:44). 묘적령이 얼마 안남았다. 송전탑을 지나 묘적령에 이르는 구간은 기복이 거의 없는 순한 길이다. 다만 등로 양켠에 잡목이 많이 우거져 있는 곳이 군데군데 있다. 가랑비는 그쳤으나 젖어있는 잡목을 헤치고 지나가다보니 옷이 흠뻑 젖어 버리고 등산화마저 빗물에 젖어 개구리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펑퍼짐한 곳에 오르자 쉬어 가라고 긴 의자가 2개 놓여 있다.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였다(10:00-10:25). 비 오는날 라면맛은 끝내준다. 비도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님의 모습이 보인다. 날이 곧 개일 듯 하더니 이내 흐려진다. 우의를 벗어 배낭에 넣고 너무 지체된 것 같아 속도를 내어 걸어갔다. 앞만 보고 걸어가다보니 묘적령은 나오지도 않고 능선길은 계속 이어진다. 도대체 묘적령이 어디에 있나? 가도가도 묘적령이 보이지 않는다. 길도 양호하고 표지기도 가끔은 매달려 있다. 대간표지기를 확인하지 않고 나침판으로 방향도 확인하지 않은 채 사방이 희뿌연 구름 속에 나도 모르게 점점 대간길을 벗어나고 있었다.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큰 묘지도 지나고 헬기장도 지나간다. 한참 내려오니 비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절개지가 나온다. 이때서야 길을 잘못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고갯마루에 있는 묘적봉 등산 안내판이 있는 것을 보고 어안이벙벙해졌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지도를 꺼내 확인을 해 보니 묘적령 근처에서 대간길을 벗어나 동쪽 방향으로 지능선을 타고 내려와 옥녀봉으로 가는 고항치 고갯마루로 내려온 것이다(표고차 약 350미터 차이). 일순간 힘이 쭈욱 빠지고 허탈해진다. 묘적령 못가서 갈림길에서 급좌회전하여 사면길로 내려서야 하는데 길이 좋은 능선길로 직진하다보니 알바하게 되었다. 산행지도에도 ‘길주의’로 표시되어 있고 홀대모 사니조은님 대간 산행기에도 이 길로 잘못들어 20분 알바하였다고 예습까지 했는데...... 제길을 찾아 빨리 가야된다는 다급한 마음에 쉬지 않고 땀을 줄줄 흘려가면서 사방이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 정신없이 올라갔다. 힘겹게 한참 올라가니 알바의 시작점인 갈림길에 도착하였다(12:33). 1시간 30분 정도 알바하였다. 단독종주하면서 대간표지기 확인은 기본인데 이를 간과하고 자만에 빠져 알바하였으니 나 자신을 질책할 수 밖에 없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대간길을 제대로 찾게되어 마음이 놓였지만 버스편이 끊기기 전에 하산하여야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거의 쉬지 않고 빨리 걸었다. 조금 내려오니 출입금지 안내문이 매달려 있는 묘적령에 이른다(12:35). 묘적령에서 도솔봉까지는 소백산국립공원 관할의 유일한 통제구간이다. 묘적령을 지나 전망좋은 바위전망대에서 뒤돌아 보니 운무 사이로 알바한 능선이 바라 보인다. 이후로 나침판을 수시로 꺼내 방향을 확인하면서 걸었다. 묘적봉을 지나(13:12) 암릉길에서 바라보니 바위로 솟구친 도솔봉이 급경사 계단과 함께 험준하게 보인다. 계단 오름길에서 뒤돌아 보니 지나온 능선이 구름속에서 일부 보인다. 2군데의 계단길을 따라 힘겹게 올라서서 걸어가니 단양군에서 설치한 가짜 정상표지석이 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조금 더 오르자 도솔봉 정상이다(14:15). 맑은 날씨라면 지나온 대간과 소백산과 함께 가야할 대간의 모습이 잘 보이련만 구름이 많아서 조망이 없다. 정상 옆에는 돌탑이 있고 단풍나무에 첫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도솔봉에서 하산하여 암릉 능선길을 따라 걸어간다. 도솔봉에서 흰봉산갈림길까지는 암릉구간이 많고 기복이 심하여 다소 힘이 들었다. 삼형제봉 오름길에도 계단길이 있다. 바위전망대에 이르러 뒤돌아 바라보니 날이 개이면서 도솔봉과 함께 지나온 대간줄기가 육중한 모습으로 보이고 단양 대강면 사동리계곡이 깊고도 깊게 보인다. 운무 사이로 풍기읍내의 모습도 흐릿하게 보인다. 삼형제봉 왼편으로 난 바위 사면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걸어간다. 흰봉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가야 할 부드러운 대간능선과 함께 죽령이 보이고 소백산은 구름속에 잠겨있다. ‘죽령 3.3킬로미터, 도솔봉 2.7킬로미터’ 이정표가 있는 흰봉산 갈림길을 지나자(15:55) 등로는 부드러운 흙길로 바뀐다. 내려 오다가 풍기 택시를 호출하여 17:30까지 죽령으로 오라고 전화하였다. 한참 내려오니 휴게소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군부대가 있는 관계로 마루금길이 사면길로 바뀌면서 조금 내려오자 죽령이다(17:10). 날머리 맞은 편에는 죽령주막집이 있다. 고개를 넘어 충북 쪽에 죽령휴게소가 있는데 민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제 오늘 산행하면서 단한명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하였다. 어둠 속에서 미확인동물과 2번이나 조우하고 뜻하지 않은 한시간 반짜리 긴 알바산행으로 심신이 많이 피로하였다. 죽령에서 내려 오면서 차창 너머로 지나 온 도솔봉과 삼형제봉 대간자락을 바라보니 고봉준령의 모습으로 보였다. 예약한 택시로 영주시외버스터미날로 이동하여(차비 3만원) 시외버스(영주에서 18:00, 상주에서 20:15)와 무궁화 열차(김천에서 21:51)로 귀가하였다.